‘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인간다움’을 주제로 한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같은 주제를 다루고있기는 하지만, 작가가 다른만큼 수록된 9개의 단편들이 가진 개성도 서로 크게 다르다.

얼마나 SF적으로 느껴지냐 하는 점에서만도 그렇다. 개중에는 딱히 SF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 보이는 게 있는가 하면, SF적인 상상을 배경 소재로만 사용한 것도 있고, 소재부터 내용까지 SF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은 물론, 같은 내용이라도 SF로 만들었기에 그 이야기가 더 와닿고 무게감이 있는 것도 있다.

인간다움을 주제로 한 만큼 인공지능과 로봇, 인간증강같은 것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아이디어 자체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딥러닝 등 최신의 현실화된 것들이 연상되서인지 전과는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게 좀 신기하다.

수록작들이 선보이는 아이디어들은 익숙하면서도 또한 신선하게 활용한 면도 있어 대체로 흥미롭게 볼 만하다.

다만, 상세에서는 좀 걸리는 것도 있었는데, 예를들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의 묘사가 그렇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위해 굳이 그렇게 한 것 같은 부분이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전제로 한 게 되어 더 작위적이고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동작/처리와 다르게 하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더 설득력있게 그려냈어야 했는데, 딱히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니어서 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글을 썼음을 알게한다. 간단한 자문이라도 받았으면 어땠을까.

제도 등 사회의 변화를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퉁치고 넘어가는 것도 있는데, 그 변화가 단계적이지않고 좀 극적이어서 과연 그렇게 될까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것도 있다. 충분히 납득할만하게 그리기엔 단편이라 분량이 모자랐나 싶기도 하다만,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감안할만한 전개가 비쳐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아쉬운 점이다.

수록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간의 대리인’이었는데, 이 역시 걸리는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소재도 흥미롭게 사용했고 그게 주제나 이야기의 기승전결과도 어울렸으며, 변호사라는 캐릭터나 법정극이라는 것 역시 꽤나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실제 변호사라는 지은이의 경험이 작품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단편이라 장점이 더 두드러진 면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렇기에 장편화되면 자칫 평이한 에피소드가 이어지게 될 가능성도 크나, 그래도 이 독특한 무뇌 변호사의 활약을 좀 더 보고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