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위저(寐語者)’의 ‘제왕업(帝王業) 上’은 권력의 한 복판에 휘말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가상역사 소설이다.

표지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웹소설로 시작해 2007년에 출간 후에도 꾸준히 재판되며 인기를 끈 작품으로, 드디어 장쯔이를 주연으로 한 드라마 제작이 결정된 드라마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2020년 초 절강위성TV에서 ‘강산고인(江山故人)’이란 이름으로 방영될 예정인데, 그 전에 미리 원작을 접해볼 수 있도록 출간이 된 것이 참 시기적절한 것 같다.

가상의 역사를 다룬 이 소설은 나름 독특한 점이 있다. 그 하나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거다. 정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무인 세력이 권력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여성이 정략결혼의 도구로 소모되는 것 등을 생각하면 시대상을 짐작할만한데, 그런 시대가 배경이라면 육체적으로 약한 여성을 아무래도 활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외적인 힘 앞에 무력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럴때면 상대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언변을 통해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곤 하는데, 저자가 그걸 꽤 잘 그려서 억지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방대한 역사를 다룬 것인데도 1인칭으로 그린것도 좀 독특하다. 역사소설에서는 잘 택하지 않는 서술 방식인데, 그건 1인칭으로 그리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한 인물의 서사를 일관되게 따라갈 수 있다건 장점이어서, 더 쉽게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감정이입 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게 쌍방에 입장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좀 더 주인공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럴듯하게 들리게 한다. 위기에 닥쳤을때 안타까워하고 극복하길 기원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소설은 과거의 역사, 그것도 중국의 역사를 그린 것이며 일종의 궁중소설이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생소한 용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에 한자를 병기해 놓기는 했지만, 주석까지 잘 달아놓은 것은 아니라서 모르는 얘기가 나오는 중간 중간 멈춰서게 만들기도 한다. 다행히 그런 부분이 많지는 않아서 해당 부분만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생략된 부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때론 과감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들은 몇마디 문장과 기술만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게다가 자세하게 다루는 부분에서도 가볍게 언급만 하고 상세 내용까지는 다루지 않는 것들이 있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인물의 서사나 감정, 생각이나 주변 상황 등을 제대로 그리지 않은게 그렇다. 그래서 설명이 좀 부족한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이것도 1인칭 시점이다보니 갖는 한계가 아닐까 싶다.

대신 이야기의 전개는 상당히 빠르다. 십수권에 달하는 분량이 아닌데도 방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다. 주인공의 상황도 널뛰듯 급변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세밀한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장면 위주로 담은 듯한 이런 모습은 이 작품이 글보다는 영상물에 더 적합하다고 느끼게 한다. 자연히 각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해보게 되는데, 실제 드라마에서는 이것들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