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위저(寐語者)’의 ‘제왕업(帝王業) 下’는 제왕의 패업을 이뤄 나가는 이야기의 완결편이다.

표지

역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한 사람의 시점으로 그리기 때문에 조금은 무협지같은 느낌도 있다. 주인공들의 위업을 보여주기 위해 이들을 상당한 능력자로 그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주인공인 ‘왕현’은 때때로 시대와 어긋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시대를 읽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데, 반대로 좋게 말하면 시대를 앞서 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녀에게 다행인 것은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권력도 있었다는 거다.

어쨌든 그런 그녀이기에 더욱 기왕 주인공인 그녀가 이야기의 주축에 서있지 않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는 특히 상권에서 두드러졌었는데, 성장하면서 나아지기는 한다만 그래도 여전히 ‘소기’라는 주인공의 옆에 선 인물이라는 느낌이 가시지는 않는다.

당연히 ‘남편을 패왕으로 세우는 이야기’라고 보는 관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소기 그 자신이 너무나도 뛰어난 무력과 지략, 정치력을 갖고있어 패왕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여러번 보여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둘의 로맨스에도 꽤 분량을 할애해서 그런지 인간적으로도 크게 그릇됨이 없고 남자로서도 매력적인 것으로 그렸는데, 정략결혼으로 시작했음에도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붙인듯한 그런 묘사들이 반대로 더 왕현의 존재감을 작게 만들기도 한다.

남성을 주인공으로 그리자니 좀 식상하고, 그렇다고 여성인 왕현을 패왕으로 그리기엔 시대와 너무 맞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절충해서 나온 게 지금같은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용만 보면 전쟁에서부터 정치, 음모, 사랑까지 상당히 많은 것들을 잘 담았다. 하지만 그런 방대함에 분량이 못미치는 면이 있어 때때로 허전함도 느낀다. 그게 이 소설을 조금은 십수권짜리의 축약판처럼 보이게도 한다.

제목이 ‘제왕업’이지만 왜 제왕의 패업을 이루어야만 하는가도 그렇게까지 설득력있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작중에서 언급하는 이상이나 긍정적인 모습들이 그에 대한 해답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건 정복자의 입장에서나 통하는 말이지. 그 때문에 멸망당한 나라와 민족들에게도 과연 그들의 패업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였을까.

평소에도 ‘하나의 중국’이라는 것은 일종의 제국주의 사상이라고 생각하여 썩 좋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들의 제왕업도 그와 유사한 면이 있어보여 기분이 좀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