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은 노예에서 왕이 된 소년 ‘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족장시대에서 왕권국가로 넘어가는 고대 시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부족간 다툼에 치여 노예로 전락했다가 거지로 전전긍긍하던 시기를 거쳐 결국엔 한 나라의 강대한 왕으로까지 올라간 소년의 이야기를 일대기처럼 그려내고 있다. 그게 살짝 무협지 같은 느낌도 주며, 실제 역사를 담은 것은 아니지만 나라 이름이나 제국이 형성되어 가는 모습 등은 꽤나 대하드라마같은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한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바닥에서부터 올라가는 이야기나 그 과정에서 소위 ‘인간성’이라 할만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결국 큰 실수까지 하게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것도 나름대로 흥미를 끌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걸 담아낸 이야기와 문장이 너무 저질이다. 오타가 지나치게 잦다는 건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이게 한국어가 맞나 싶은 이상한 문장이 나오기도 하는데다, 뜬금없이 이름없던 인물의 이름을 불쑥 들이밀어 ‘얘는 누구야’싶게 만들기도 하고, 전혀 예고나 복선없던 이야기를 갑자기 중요한 듯 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고민해볼만한 생각거리라는 것도 좀 직접적이고 강제적으로 들이민다. 그를 위해 주인공도 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어 도통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게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 해친다.

전체적으로, 한마디로 초고를 보는 것 같았다. 전혀 퇴고 없이 생각나는대로 막 쓴 글 같았다는 얘기다. 출판 전에 저자도 자신의 글을 다시 한번 다듬고, 출판사에서도 최소한의 맞춤법 정도는 손봤으면 더 나았을텐데, 쓸데없이 마이너스 요소를 둔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