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는 정조의 비밀 편지를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표지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편린만을, 심지어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굳이 말하자면 순도 100%의 허구라 할 수 있다. 역사 소설이라고 하면 쉽게 기대할법한 역사 고증같은 것 보다는 순수하게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이 소설이 가진 한계이면서, 또한 장점이기도 하다.

실제 역사의 편린을 가져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의 한계는, 역시 실제 역사(보다 정확하게는 정설로 여겨지는 역사)와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다. 이 소설은 당장 캐릭터 설정부터가 꽤나 그렇다.

반대로 장점이라면, 애초에 역사 고증을 뒤로 넘겨둔 것인만큼 그런 것에서 자유로운데다, 정사의 미묘한 의문점들을 부각시키며 흥미를 돋구고, 만들어낸 이야기인만큼 소설적인 완성도가 비교적 더 괜찮기 쉽다는 거다.

꽤나 심리학적이고 인류학적인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도 좋아서, 그가 휩쓸리게 된 사건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미묘한 심리 싸움, 일종의 두뇌게임 같은 것을 벌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며 역사물이면서도 꽤 현대적인 픽션의 재미도 잘 살렸다.

역사와 허구를 꽤 잘 엮어낸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100% 허구라 할 수 있다만, 일단은 역사적 사실을 기본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정조의 비밀 편지 일부를 파편적으로 인용하며 그걸 소설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게 가상의 이야기에 묘한 실제감을 부여해주고 반대로 이러한 뒷 이야기가 그런 비밀 편지가 있게 만든 것은 아니냐는 상상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역사 소설은 좀 어려운게, 늘 왜곡 문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당시나 시대상을 철저히 재현해 담아낼 것이 아니라면, 아예 소재로만 삼고 고증에서 벗어나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확실히 잡은 게 좋았던 것 같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