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의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株式会社の終焉)’는 자본주의의 핵심과도 같은 주식회사가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지 그 태생부터를 적나라하게 살펴보는 책이다.

표지

먼저 저자는 자본 제국의 시대가 이미 왔음을 알리며 최근 일어났던 일본의 경제 정책들이 사실은 어떤 것이었나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중세로 넘어가 애초에 자본주의의 해심과도 같은 주식회사가 대체 어떤 배경에서 태어났는지, 그래서 어떤 태생적인 한계와 문제를 갖고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앞으로 주식회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나는 일본인들의 크게 2가지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별것도 아닌걸 어려운 단어를 늘어놓으면 개똥철학을 발라 심각한척 포장하는 능력이요, 다른 하나는 쓸데없는 전용 용어가 난무하는 전문 지식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다. 이 책도 그런 일본인의 강점이 잘 살아있다.

경제는 용어부터 그 역사, 그리고 미래 예측까지 뭐 하나 쉬운것이라곤 없다. 경제인이라 사람들의 말하는 방식도 문제다.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하는지, 긴 문장을 보고도 대체 무슨소릴 하는건지 알 수가 없을때도 많다. 이 책도 조금은 그러해서, ‘A니까 B다’고 설명할 때 대체 뭐가 있어서 둘 사이에 인과가 있는건지 잘 보이지 않는것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있는데도 전체 내용을 보고 그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잘 풀어썼다. 같은 내용도 보다 쉬운 책으로 잘 썼다는 말이다.

일본의 상황을 분석한것도 꽤 재미가 있었는데, 보면서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사람으로선 잘 모르거나 알아도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 제목도 좀 엉뚱하다. 마치 회사에서 사원들에게 행하는 계급 구조를 이용한 불평등을 분석하고 고발한 것 같은 제목인데, 내용은 별로 그런게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원제(주식회사의 종언)를 살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비교적 작은 판형에 분량도 약 200여쪽으로 적기 때문에 맘잡고 읽으면 금방 볼 수 있는데, 이쪽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에 대해 많은것을 알게 해준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식 면에서라도 봐두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