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애플게이트(Katherine Applegate )’의 ‘엔들링 1: 마지막 하나(Endling 1: The Last)’은 ‘어떤 종의 마지막 남은 개체’를 의미하는 엔들링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소설에서도 얘기하는 것처럼 인간은 정말이지 이름 붙이기에 특출나다. 오죽하면 창세 신화에서까지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그만큼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구별하기 좋아하는 인간은, 이제 멸종해가는 종에게도 또 하나의 특별한 이름을 붙인다. 엔들링(Endling)이다.

엔들링들은 과연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심정일까. 누구도 죽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과연 그건 자신이 엔들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일까. 과연 공식적으로 홀로 남은 엔들링은 그래도 혹시 모를 가능성을 찾아 희망을 품을까, 아니면 그대로 체념하고 상황을 받아들일까. 만약 희망을 찾아 떠난다면, 그에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조어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여러가지 상상의 나래를 작가는 판타지를 통해 정말 잘 풀어냈다. 거기에는 꽤나 노골적인 현실비판도 담겨있기 때문에 보다보면 은근히 현실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의미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미를 소홀히하지도 않았다. 개를 닮은 데언(Dairne)족 빅스(Byx)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만나게 되는 여러 종의 친구들과 펼치는 모험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야기를 중간에 살짝 비틀어주는 것도 좋았다. 몰입력도 훌륭해서 이야기에 빠져들어 보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는 잘 짜여진 매력적인 세계관도 한 몫 한다. 각양각색의 종족들과 그들이 가진 신비한 능력, 말을 하고 도구를 쓰며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지배종족과 그들 중에서 특히나 탐욕스러운 인간, 그리고 그들이 어리석게 저지르는 일들이 모두 흥미를 끈다. 그런 설정들은 단지 설정으로만 있으면서 엇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모험과도 연결되어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꾸며준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다만 새로운 세계, 새로운 캐릭터들을 그린 만큼 삽화가 거의 없는 것에는 역시 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