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카우르 자스월(Balli Kaur Jaswal)’의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Erotic Stories for Punjabi Widows)’은 한 인도계 영국 여성이 뜻밖의 수업을 끌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제목이 풍기는 발칙한 느낌 때문에 꽤나 유쾌한 코미디가 담긴 가벼운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꽤나 묵직하고 진지한 이야기와 메시지가 담긴 소설이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억눌린 성에 대한 것이다. 인도계 사람들에게 성이란 마치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문제다. 얼마나 그런지 연인 관계는 물론 심지어는 부부간에도 함부로 요구하거나 내색하지 않을 정도니까.

과부들은 더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마치 별개의 무리나 계급인 것처럼 취급되며, 소위 ‘수절’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어려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은만큼 그들 중에는 여전히 정정하고 왕성한 사람도 많으며, 그렇기에 그러한 상황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도 많다.

소위 ‘전통’이나 ‘문화’란 이름으로 치장된 악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한국과는 다른 점도 꽤나 많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더 신경쓴다던가 명예같은 걸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는 것 등은 흔히 유교의 영향으로 잘못 여겨지는 그것과 닮아 상당히 공감이 간다.

주인공인 ‘니키’는 그런 것에서 좀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인도계이기는 하나 이미 2세로 완전한 영국인으로서 자란 그녀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과 충돌 하기도 하면서 펀자브 마을의 뒤틀림을 보다 뚜렷이 알게 한다.

그녀는 의도치않게 펀자브 과부들에게 바람을 몰고오고, 그들이 겉으로만 꺼내보이지 않았을 뿐 충분히 스스로 가지고 있던 것을 발견하고 드러내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배우는 입장에 있다고 봐도 좋은 그녀는 또한 꽤나 훌륭한 선생 역할도 잘 해낸 셈이다.

공동체라는 개인이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집단체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걸 섹스와 야설이라는 ‘어우야’ 싶은 소재를 이용해 비교적 유쾌하게 풀어낸 것도 좋다. 담으려는 이야기를 빠뜨리거나 가볍게 넘기는 일이 없으면서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로서의 장점도 잘 살린 작품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