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도르메송(Jean d’ Ormesson)’의 ‘나는 영원히 살아있네(Et moi, je vis toujours)’는 인류의 역사를 1인칭으로 소설처럼 풀어낸 책이다.

표지

책은 인류의 기원이라 할만한 시점부터 근현대에 이를때까지를 계속해서 이어지는 1인칭 시점의 경험담처럼 담아 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보면 다분히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를 연상케 하는데, 그게 개인적으로는 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책이었다. 역사를 재미있게 담아낸 소설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역사를 ‘살짝’ 소설처럼 풀어낸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나’는 인류 그 자체이며 또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일개 인간으로서 역사의 한 순간에 있는 것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보통의 인간에게서는 조금 벗어난 곳에서 인류 역사가 흘러가는 모습을 관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선사시대로부터 이어지는 역사를 훑는 한편 ‘나’를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며 그 존재감을 보이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그게 그렇게 흥미를 동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단지 모습을 바꾼 것처럼, 때로는 다른 문화에 적응한 것처럼, 또 어떤때는 마치 환생한 것처럼 그려내는 ‘나’의 설정이 딱히 일관되거나 썩 매력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단 소설로 분류하기는 한다만 그보다는 사실 역사 에세이에 더 가깝다. 역사속의 많은 이야기들을 깊지는 않게 살짝 훑고 지나가는데, 때때로 저자만의 상상을 살짝 곁들인 것이 눈에 띄어 일단은 소설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사건이나 흐름을 깊게 다루지는 않기에 의외로 인물 등에 대한 주석도 많이 달았는데, 내용 자체가 많다보니 주석까지 꼼꼼히 챙겨봐도 모두 따라가기는 그리 쉽지 않다. 피부에 맞닿는 역사가 아니라서 더 그렇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세계사를 알고나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나’와 ‘인류’, ‘시간’과 ‘역사’ 등을 두고 난해한 이야기도 꽤 여러번 하는데, 묘하게 철학적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저자 자신의 사상도 담겨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작가이자 언론인이며 또한 철학가이기도 한 그의 유언장과도 같은 책이라고 하니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