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Etranger)는 갑자기 이세계에 떨어진 군인 둘이, 그 세계엔 없는 지식과 새롭게 익힌 전투능력을 가지고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이계 판타지 무협 소설이다.

에뜨랑제 표지

사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 무협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한때의 유행 이후, 지금까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어설픈 판타지 무협 소설들을 좋아하지 않는거다. 인터넷에서 별 책임감없이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것처럼 문장마저 조악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태생은 비슷하다. 인터넷 연재로 시작한거고, 작가가 고집했기 때문에 인터넷 연재의 흔적이 전자책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그건 보는데 좀 거슬린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에는 문장도 썩 나쁘지 않고1, 무엇보다 보다보면 꽤 재미있다. 내가 첫장을 넘기다 던져버리지 않고 끝까지 본 이유도 그것들 때문이다.

분량이 많은만큼 이야기의 규모도 꽤 크다만, 판타지 무협이 그렇듯 술술 읽어 넘어갈 수 있어 부담도 없다. 전자책으로는 무려 15권이었지만, 종이책으로는 4권으로 엮인걸 보면 사실 그렇게 긴 이야기는 아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다분히 후속작을 염두에 둔듯한 떡밥들은 쪼까 거시기 했는데, 왜냐하면 후속작이 안나왔기 때문이다.2 설정이나 작가 뒷얘기랄까 하는것들을 보면 시리즈 물처럼 만들 생각이었던것 같기도 한데, 정말로 쓸건지는 모르겠다.

이야기가 볼만했느냐와는 별개로, ‘전자책으로써의 에뜨랑제’는 상당히 거시기하다.

먼저, 서식이 별로다. 앞서 말했던것처럼 인터넷 연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출판할땐 좀 교정했어야 한거 아닌가. 종이책은 그에맞게 교정을 했는데, 전자책도 종이책처럼 만들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 그냥 앱북을 전자책 형태로 변환한것은 안좋은 선택이었다.3 앱북을 전자책으로 변환하면서 오타나 누락 부분까지 이어받았다는것 역시 욕먹을만하다.4

가격도 문제다. 출판사는 앱북에서 내놨던 15권 형태를 그대로 전자책으로 내면서 가격 설정에 실패했다. 앱북은 전권 세트가가 $24.99(약 28,000원)이고, 종이책은 정가 14,800원씩 4권(총 59,200원)이다. 그런데, 전자책은 4000원씩 15권 구성(총 56,000원, 1권 무료)이니, 전자책으로썬 말도안되게 비싼거다.

전자책보다는 차라리 종이책이 낫고, 책보는데 iOS 기기를 사용한다면 비교적 싼 앱북도 생각해볼만 하다. 다만, 앱북은 iOS Universal이 아니고 iPhone 전용이므로 썩 보기 편친 않으니 이를 고려하시라.

  1. 판타지 무협으로 시작한게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CEO를 위한 중국보고서’라든가 ‘색다른 경영학 이야기’를 쓴 바 있기 때문인 듯하다. 어떻게 쓸지, 경험이 있는 작가란 얘기다. 

  2. ‘양아치’를 썼으며, 총 10권으로 완결 지었다. 

  3. 이에 대해 작가가 변명(?)을 하기도 했다만, 썩 납득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4. 보다보면 갑자기 내용이 뚝 끊기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봐도 앱북을 만들다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