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양이를 봤다’는 높은 현실감이 매력적인 하드 SF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많은 사람들의 똑같은 고양이를 보면서 시작한다. 아. 살짝 스포를 하자면, 소설에서 고양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웃음)

한순간 고양이 얼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것은 말로만 들으면 그저 한번 깜짝 놀라고 말 신기한 현상같지만 이게 실제로 초래한 것은 장난아닌 연쇄 사고다. 그 자체에 놀라 쇼크로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운전중이던 사람은 그대로 추돌사고를 일으켜버렸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고양이 얼굴은 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순식간의 재난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사건에 주목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거기서 맞딱뜨리게 되는 시련은 또 어떻게 해결하게 되는가.

이 부분에서 저자는 굉장히 현실감있는 SF를 보여준다. 그래서 캐릭터 구축이나 이후 이야기 전개에서 조금 부족한 모습이 보여도 딱히 상관없을만큼 매력을 느끼게 한다.

현실감이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과학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스포라 생략하지만,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따져보면 딴지를 걸만한 (의문스러울만한) 점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F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이론 전개가 아니다. 그걸 얼마나 그럴듯하게 잘 보여주느냐다. 내가 그토록 실망했던 SF 판타지 소설에서도 문제였던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온전히 서술과 상상력이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런 SF 소설의 미덕을 이 소설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여준다. 전기컴퓨터공학 박사이며 IT 분야에서도 30여년간 다양한 기술을 접한 저자의 경험이 소설에 굉장히 잘 녹아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요건만 갖춰진다면 실제로도 구현할 수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며, 그게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끌어올려준다.

기술적인 상상력의 그럴듯함 뿐 아니라 그걸 독자에게 전달하기위한 묘사도 좋았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실제하는 기술에 기반했다는 거고, 그건 자칫하면 설명충이 등판한 기술 설명회로 치달을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건 실제 경험은 없이 얄팍한 조사만으로 소설을 쓰는 경우에 자주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무엇을 얼마나 전달하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성급하게 해설을 나열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러 기술들도 적당히 나누어 조금씩 드러냄으로써 독자가 조금씩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이게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사건이 심화되는 것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전개도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아쉬운 것은 사건의 해소 부분이 조금 싱거웠다는 거다. 그 이전에 충분히 깔아놓은 것이 있어서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나, 떡밥만 뿌리고 사라져버린 것도 있고 너무 쉽게 해결되어 살짝 김이 새는 감도 없잖다.

그래도 볼 때 빠져들어 볼 수 있었고 결말 역시 썩 나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어느 분야라도) IT 쪽에 연이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