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위한 변명’은 잘못된 한식의 정체성과 인식을 꼬집고 비판하는 책이다.

표지

현재 한식이 받는 여러 시선들은 한식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건 한식의 진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게 그런지 아닌지조차 분별하지 못한다. ‘한식’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지금의 소위 ‘한식’에 대한 인상은 대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걸까.

그 정확한 정의나 유례를 찾는 건 어렵다. 진짜 한식을 잃어버린지 꽤 오래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 현재의 인상이 왜 잘못된 것인지, 적어도 어떠한 방향이 맞는 것인지는 살펴볼 수 있다. 역사 기록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흔히 한식이라 하면 떠올리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것이라 여기고들 있는 속설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왜 터무니 없는 것인지 따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에서만 해먹던 음식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닌데 ‘향토 음식’이라는게 가당키나 하냐고 꼬집는 식이다. 그건 보양식, 사찰 음식, 산나물, 나아가 궁중 음식까지 이어진다. 그를 통해 흔히 한식이란 이런 것이라고 막연하게 느껴왔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진짜 한식’과는 다르고 또한 어처구니 없는지를 알게한다.

그 중 최고는 단연 ‘궁중 음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과 기만, 배신이 들끓는 정체불명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3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을 오로지 그것만 얘기하는데 할애했을 정도로 저자는 딥빡쳤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정당하고 근거가 있는 분노인지를 달 담아냈다. 어떻게 배움이 짧다고 스스로 조심하는 저자마저도 그저 역사 기록을 뒤지는 것 만으로 밝혀내는 거짓을 대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진짜처럼 속여올 수 있었던 걸까. 새삼 일제가 남긴 찌꺼기가 얼마나 더럽게 끈적이고 있는가를 생각하니 한숨이 다 나오기도 한다.

책에는 이전 기록들을 살펴보며 지금 돌아다니는 한식의 모습들을 부정하는 내용이 많지만, 그렇다고 꼭 이전의 음식 형태만이 진짜 한식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음식이란 시간이 지나고 문화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한식의 특징과 한식만의 장점, 그리고 한식을 한식이게 만들어주는 고유한 것까지를 모두 다른 것으로 대체하며 한식이라느니 전통, 정통이라느니 하는 짓만은 하지 말자고 말한다. 참 공감가고 의미있는 주장이다.

부디 이제라도 진짜 한식이 무엇인지 바로 알고, 제대로 된 한식 문화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