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마음이 된 걸까’는 담묵 최남길의 꽃을 주제로 한 수묵 캘리그래피를 담은 책이다.

표지

캘리그래피란 글씨를 예쁘게 쓰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서예는 동양의 전통적인 캘리그래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서예와 캘리그래피는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데도 수묵 캘리그래피라는 게 조금 낯선 것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이것들이 별로 가깝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주변 나라에서는 취미 활동으로도 많이 하는듯하던데, 조금 아쉬운 점이다.

전통적인 캘리그래피가 글자로서의 멋짐을 추구한 것이라면, 현대의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보기 좋고 예쁜 글씨를 넘어, 어떤 상징을 담는 그림으로서도 많이 사용된다. 그 자체로 어떤 이미지를 담기도 하는 거다. 그래서 한글 캘리그래피는 어려운 점이 많다. 글자의 모양이나 받침 등의 이유로 가독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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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담묵 최남길의 캘리그래피는 이미지로서의 모양과 글자로서의 가독성을 상당히 잘 갖춘 편이다. 일부의 경우 조형성을 중시했기에 처음 봤을 때의 가독성은 조금 떨어지기도 하나, 곧 익숙해져 글자를 그렇게까지 그려낸 것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다. 거기에 수묵화와의 배치도 자연스러워 글자와 그림이 한 덩어리로 잘 어우러진다.

몇몇에선 글과 그림 뿐 아니라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게 그림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다만, 일부 사진은 화질이 낮아 좀 아쉬웠다.

그림과 함께 수록한 감성적인 글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역시 수묵으로 담아낸 서화가 더 매력적이었다. 서예와 수묵화 뿐 아니라 한글 캘리그래피의 멋짐까지 잘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