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데아’는 동명의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재벌 3세인 ‘원형’은 뒤늦게나마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위해 후계자 수업을 하면서 아버지의 호감을 사고, 최종적으로는 부회장으로 임명되기를 기대하나 그게 쉽지만은 않다. 오히려 권력과는 전혀 무관해 보였던 누나가 느닷없이 상속자 후보로 떠오르면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데…

사실 현실의 원형은 전혀 재벌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는 커녕 도무지 붙지 못하는 고시에만 벌써 수년간을 매달려있는, 거의 인생의 낙오자에 가깝다.

원형은 개인적인 일 뿐만이 아니라 가족관계역시 엉망이다. 그렇기에 멋지게 합격하여 그런 상황을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가상현실 게임의 또 다른 가족을 통한 부질없는 자존감 채우기와 대리만족일 뿐이다.

당신의 가족을 다시 꾸려 준다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발칙하다. 가족을 건드린다는 게 거의 금기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완벽한 가족이란 것은 없기에 조금 혹하는 측면이 있기도 해서다. 자연히 흥미를 끌 수밖에 없다.

작가는 거기에 현실에서의 사건과 미스터리를 더해 이야기를 더 장황하게 펼쳐냈는데, 사실같은 가상현실을 통해 실제와 허구를 헷갈리게 한다던가,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진위를 구분하기 어렵게 꼬아논다든가 함으로써 끝까지 흥미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그게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중요한 연결점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꽤 큼직한 허점들이 있어서다.

여러 이야기를 오가고, 그러면서 반전도 일으키는 이야기다보니 더더욱 이야기가 전환될때의 급격한 변화 뿐 아니라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포용하는 상황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역시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중간에 갑작스레 시간을 건너뛰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을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다던가, 뒤늦게 그걸 챙기겠다고 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야기 전환도 모두 신선하고 놀랍지만은 않다. 오히려 이랬다가 저랬다가 되는대로 왔다갔다 하는 듯한 면모가 더 두드러진다. 이건 소설의 주요 장치인 반전 역시 가치가 바래지게 만든다.

가상현실도 생각보다 현실감있지 못하다. ‘현실의 몸이 어떻게 되는가’도 일관되지 않으며, 얼마나 현실과 구별이 안될만큼 사실적인가 하는 부분도 때에따라 다르게 그려져 이상함을 느끼게 한다.

배경 역시 지금의 현실에 기반한 것 같은 부분과 상당한 후의 미래를 그린 것 같은 부분이 뒤섞여 있어 세계관 역시 좀 흐릿하다.

소재를 통해 흥미를 끌고 나름 볼만한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