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는 인공지능 문제를 꽤 흥미롭게 그려낸 SF 소설이다.

표지

고도로 발달한 인간형 인공지능은 도저히 보통 인간과 구별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쓸모가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인간에게 불편함을 느끼게도 한다. 애초에 인공지능의 제작 목적을 어디까지나 도구로서의 활용에만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입던 옷, 신발, 키보드, 마우스 등이 자기들을 적절히 쉬게하고 관리하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권리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면 꽤나 황당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뭔 소리를 하느냐며 웃어버리고 무시하겠지만, 그것이 인간과 외형까지 닮은 로봇이라면 일종의 공포를 느낄지도 모른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로봇이 자신을 하나의 인간으로써 인식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야기는 원래는 꽤나 비유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다.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고 쓰이고 갈아치워지는 노동자나 노예, 그리고 그들의 봉기를 그대로 옮긴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상상 속이 아닌 실제로 기능하는 인공지능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로봇의 자기주장은 인간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됐다.

이 소설은 그것을 인간처럼 살아가려는 로봇과 로봇처럼 되려는 아이의 만남으로 그려냄으로써 꽤 현명하고 신선하게 되새김했다. 어째서 아이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로봇처럼 되려고 하는지, 심지어 로봇의 죽음이라 할 수 있는 리셋까지 원하고 있는지를 감춰두고 얼핏 서로 상반된 욕구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로봇과 아이가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영향을 받도록 그린 것이 인공지능 뿐 아니라 인간의 문제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꽤 긍정적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