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외른 잉발젠(Bjørn Ingvaldsen)’의 ‘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Far din)’는 도둑 아빠를 둔 가족이 겪게되는 이야기를 사실감있게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별 것 없이 평범한 레오네 아빠가 매우 평범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온 경찰들에게 잡혀가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경찰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레오네 아빠를 두고 나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그게 워낙에 갑작스러워서 혹시 잘못 안 것 일 수도 있겠다고, 뭔가 오해가 있어서 잠깐 확인이 필요한 것 뿐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바램과는 상관없이 점점 주위에서 떠들던 소문들이 하나씩 사실로 밝혀지고 그런 아빠의 자식, 부인이라는 이유로 레오네 남은 가족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아이인 레오의 시점에서 쓴 이 이야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아이가 알 수 있는 사실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만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인데,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던 만큼 딱히 반전이 있거나 하지는 않다. 대신 은근히 비난하고 차별하는 시선들에 이어 점차 수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까지 점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쾌한 따돌림이 어떤식으로 벌어지는지를 하나씩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그걸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저자는 처음 서문에서 밝히고 들어간다. 한국어판 제목은 조금 과하게 노골적이어 보이는 면이 있는데,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면 어쩌면 그 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아예 못받아 두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하나 하나가 모두 한숨과 화딱지를 불러일으키는데, 그건 이 이야기의 결말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열린 결말로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인간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여러번 경험해본 나로서는 그저 또 다른 속터지는 상황이 시작되는 것 같아서 찝찝함이 남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일종의 편견이며 선입견이다. 애초 레오 가족이 겪었던 일들도 그로 인한 것이었는데, 그것에 분노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니 새삼 이런 것들이 얼마나 인간의 뿌리 깊숙이 있는지, 그래서 또 얼마나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