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그레이(Jacob Grey)’의 ‘페럴(Ferals) 시리즈’는 동물과 교감하는 특별한 능력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시리즈다.

표지

‘페럴’들에겐 동물과 대화하고 나아가 그들의 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다. 그 힘은 혈통에 의해서 오직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하지만 이 힘은 단지 그들을 매력적이고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뿐 아니라 그렇지 못한 이들과 갈등을 하게 만들게도 한다. 페럴 시리즈는 그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페럴 종족은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좀 마녀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그들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힘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배척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 인한 미묘한 어긋남은 결국 이들을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이끌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페럴 시리즈의 악당들은 단순하게 미워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들이 거기에 이르게 된데에는 일말의 동정은 물론 약간의 공감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소년의 입장에서 진행되며 소년이 다른 페럴들은 물론 인간들과도 온화하게 지내려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또한 독자들은 페럴이 아닌 보통의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히 그쪽에 감정이입을 하며 보게 된다만 패럴들의 전쟁 뒤에 있는 이 선악의 모호함이 마냥 일방의 편에만 설 수 없게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회색성을 띄는 설정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소설에서는 이걸 크게 부각하거나 그리 주요하게 사용하지는 않아서 좀 아쉬웠다. 빌런들이 그렇게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좀 더 그렸으면 좋았을 것 같았달까.

다양한 페럴들이 등장하는 것 치고 중요한 역할이 너무 주인공의 페럴 계보에만 집중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까마귀 페럴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선택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설사 그보다는 못할지언정 다른 페럴들에게도 그들만의 특별한 힘이나 역할이 있었다면 더 밸러스가 맞았을 거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마법같은 힘이 아니라 단지 동물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이용할 수 있기만 하다는 것은 다른 판타지물에 비해 페럴들의 능력에 큰 한계가 있는 설정같았는데, 실제로 그래서 그런지 액션신에서 다소 아쉬운 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동물들을 제외하면 그들 자신은 어디까지나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걸 흥미로운 이야기로 솜씨좋게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벽에 부딛히면서도 포기하지않고 결국에는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을 잘 보여준다.

동물들을 페럴들의 힘을 보여주는 단순한 역할로 소모하지 않고 그들과 무엇보다 긴밀한 관계로 그린 것도 좋았다. 여러면에서 페럴이란 종족은 동물과 인간간의 유대를 판타지적으로 새롭게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둘 사이의 믿음이나 우정같은 것을 잘 그려냈기에 이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나 싶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하게 그려진 세계관도 좋았고, 전체적으로는 꽤 매력적인 판타지 소설이었다.

1권 까마귀와 말하는 소년(The Crow Talker), 2권 미드나잇스톤의 비밀(The Swarm Descends), 3권 최후의 전쟁(The White Widow’s Revenge) 총 3권으로 완결된 이 시리즈는 20세기폭스필름과 영화 판권 계약도 했다고 하는데, 부디 챙겨놓기 식으로 판권만 따간 게 아니라 정말로 영화화 되어서 매력적인 판타지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