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알렉시스(André Alexis)’의 ‘열다섯 마리 개(Fifteen Dogs)’는 지성을 갖게 된 개를 소재로 한 감탄이 나오는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신들이 심심풀이 내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막강한 권능을 가진 신들 중 하나이며 형제이기도 한 아폴론고 헤르메스는 인간에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지, 그것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불행을 가져다줄지 의문을 표하고 그것을 직접 실험해보기로 한다.

그렇게해서 선택된 것이 마침 근처에 있던 열다섯 마리의 개들이다. 선택될 동물은 꼭 개가 아니어도 됐다. 꼭 그들이 아니어도 됐다. 그것은 순전히 가벼운 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능이 주어진 그들에게는 전혀 가볍지 않은 변화였다.

소설은 몇몇 장면에서 신들의 대화나 시점을 보여주기도 한다만, 대부분을 그들의 유희에 희생된 개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런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얼마나 동물들의 행동과 생각을 실제 동물의 것처럼 실감나게 그리느냐 하는 것과 얼마나 독자들이 공감하게 만드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은 사실 모순적이다. 하나는 인간적이지 않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간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하게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 감탄이 나온다. 양쪽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개들만의 시각이나 행동, 문화(또는 인생) 같은 것들도 잘 보여주는데다, 그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공감점이 있어 몰입하고 볼 수 있게 한다. 그만큼 작가가 개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썼다는 얘기다.

개들에게 ‘인간의 지능’이 주어졌다는 점도 주요한데, 이것이 개와 인간이라는 동떨어진 존재를 하나로 섞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열다섯 마리 개들의 이야기는 개의 이야기이기도 한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현대 인간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것도 같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한발물러나서 관찰하듯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지능이나 그것이 가져오는 불화 등을 다루는 점이 그렇다.

한편으로 소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이야기를 꽤 깊게 하기도 한다. 몇몇 동물들은 인간들과 정을 나누고 깊은 관계를 맺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물론 동물들의 행복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다분히 인간적인 상상력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뜬금없이 들이민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과정을 통해 받아들일만하게 잘 그려냈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수 있는 것들이라 묵직한 울림 같은 걸 느끼게도 한다.

신들을 등장시켜 일을 벌이는 고전적인 상상력도 좋았고, 개들에 대한 묘사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장, 그것들로 펼쳐낸 이야기가 모두 좋은 수작이었다.

이 책은 작가의 첫번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장 최근의 책도 아니다. 심지어 5부작(Quincunx Series) 중에서도 두번째 책인데, 이런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을 첫번째 한국 출간 책으로 고른 것은 어쩌면 이런 완성도가 있어서 그랬던 건가 싶기도 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은 어떨지, 새삼 기대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