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화염’은 육영수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표지

육영수 저격 사건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사실상 미스터리로 남은 사건이다. 그래서 그 후 다양한 예상이나 음모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애초에 공식적인 국가 행사 중에 벌어진 사건이라 방송으로 기록도 남아있고, 범인을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기까지 했는데도 어째서 이 사건은 미스터리가 되었을까. 그건 사건의 경과나 관련 인물들에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 전모를 파헤쳐 담으려한 책이다.

당초 계획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조사를 해 7년만에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결국 영화화는 실패하게 되고, 이제서야 이렇게 책으로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논픽션물인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설로써 쓰인 것이기 때문에 책 안에는 상상력으로 채워진 것도 많고 작가가 임의로 재구성한 것들도 있다.

덕분에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당시의 시대나 인물관계를 통해 어떻게 일이 그렇게 진행됐는지를 보이기도 하고, 변호사와 형사를 통해 사건을 헤쳐나가는 것도 꽤 흥미롭다.

이런 구성은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점에서는 단점이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정말로 조사와 인터뷰로 얻어낸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작가의 개인적인 상상력이 들어간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온전히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따로 개별 언급들에 대해 증거나 참고자료를 주석으로 달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책에서 얘기하는 것도 그간 여러차례 있어왔던 음모론이나 가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소설로서 구성과 서사가 완벽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캐릭터가 그렇다. 오히려 온전한 픽션처럼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다보니, 주요 인물이 어째서 꼭 그래야만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과정도 그렇게까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면이 있다.

주요 장면 뿐 아니라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에서도 그러해서 대체 얘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착한 앤지 아닌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이상과 현실에서 고민하는 듯한 연출도 오히려 언제든 쉽게 이상을 포기하고 저버릴 수 있는 것처럼 그려져서 오히려 캐릭터 구축에는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