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조 나폴리(Donna Jo Napoli)’가 쓰고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가 그린 ‘인어 소녀(Fish Girl)’는 수족관에 사는 인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표지

어느 해안가에 서 있는 붉은 건물 ‘오션 원더스’는 바다왕국을 테마로 한 수족관이다. ‘인어 소녀’가 있다고 광고하고 바다의 신 넵튠이 쇼를 펼치는 이 수족관엔 사실 비밀이 숨어있는데, 그건 바로 실제로 인어 소녀가 있다는 것이다.

인어 소녀는 수족관에 온 손님들에게 은근 슬쩍 모습을 드러내고, 또한 물고기와 해초 사이에 숨어서 잘못본 게 아닌가 헷갈리게 만들면서 은근한 재미와 신비감을 더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어 소녀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하고, 인어 소녀를 찾아보기 위해서 수족관에 온다.

이야기는 그런 인어 소녀가 한 소녀와 마주치게 되면서 크게 흘러간다. 두 소녀는 서로 만나면서 점점 우정을 키우고, 인어 소녀는 자신이 있는 수족관과 넵튠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된다. 그러면서 평온해 보였던 수족관에도 점점 변화가 찾아온다.

그렇다고 딱히 극적인 변화나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수족관 생활과 소녀와의 만남, 그리고 그러면서 생기는 생각의 변화 등을 꼼꼼히 그림으로써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환상적인 존재인 인어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특출나게 착한 사람이나, 유별나게 악독한 악당이 나오지도 않고, 인어 하면 으레 떠올리기 마련인 애절한 로맨스도 없으며, 강조할법도 했던 몇몇 장면에서마저 감정을 절제해서 그렸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잔잔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 꽤 괜찮았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진짜로 있을 법 하지도 않나’하는 생각도 갖게한다.

이 정도면 환상 문학으로서는 꽤 수준급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