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키스(Daniel Keyes)’의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은 지능을 소재로 인간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표지

‘아트 리커버 에디션’으로 이 소설을 처음 접했다면 좀 속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표지에서 얼핏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밝지도, 심지어 행복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좀 과장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할 정도로 꽤나 어둡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소설은 다분히 SF적인 상상력으로 시작한다. 수술을 통해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지만 그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알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만도 한데 소설의 주인공인 찰리는 지능이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관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어쩌면 위험이 따를지도 모르는 이 비밀스런 인체 시술을 승낙(?)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비록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점점 뚜렷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찰리는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깨닫게 되고, 그것은 처음 그가 바랬던 것과는 달리 안좋은 쪽으로 그를 이끌어가게 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새삼 감탄이 나오는 소설이다.

우선 이야기가 좋다. 지능을 좋아지게 하는 뇌수술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굉장히 잘 살렸다. 작은 변화지만 그로인해 틀어지게 되는 관계라던가,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도 잘해서 주인공의 상황에 이입하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를 위해 주인공이 직접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이라는 장치를 사용한 것도 좋았다. 그가 쓴 글은 그의 지능과 생각, 마음의 변화 등을 직접적이면서도 확실하게 드러내준다. 문장도 좋아서 심리 묘사도 잘된데다 매끄럽게 이어져 어색하지 않게 잘 와닿는다.

지능이 낮을 때는 낮다고, 반대로 좋아진 후에서 좋다며 소외를 받는 앨저넌의 이야기는 인간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과 차별도 잘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맹신하는 것처럼 높은 지능과 지식적 성취만으로는 결코 진정한 가치에 다다르진 못한 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현 세태를 꼬집는 사회 비판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무려 60여년이나 전에 했던 일침이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것은 꽤 뼈아픈 얘기다.

그래서, 지능은 과연 축복인걸까. 차라리 몰랐던 게 행복했던 건 아닐까. 인간성과 그만의 고유한 정체성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소설은 그것들에 뚜렷한 해답없이 막을 내림으로써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