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명_울새’는 작가 다섯 명의 폴더, 네 가지 형식의 작품을 담은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이 소설집은 조금 독특하다. 단지 새로운 소설들을 모았다거나, 같은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새롭게 쓴 소설을 엮거나 하기만 한게 아니라 참여한 다섯명의 작가들의 동일한 형식의 글 네가지를 받아 작가별로 모은 구성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구성과 그걸 감싸고 있는 책 제목이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각 작가 폴더에 담겨있는 네가지 글의 형식은 다음과 같다:

  1. 작가노트
  2. ‘눈을 떴을 때’를 주제로 한 엽편소설
  3. 작가의 대표 단편소설
  4. 다른 사람의 단편소설을 이어 덧붙인 ‘이어쓰기’

작가노트는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근황이나 경험을 얘기한 사람도 있고, 어쩌면 작품 활동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아이디어 같은 것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단편 소설에서 작가의 말이 이렇게 길게 담기는 것은 흔치않아 느낌이 새롭다.

엽편소설은 주제가 워낙에 광범위해서 그런지 각양 각색이다. 구성부터가 새로 쓰는 엽편외에도 다른 내용들이 많이 담기는 소설집이었던만큼, 주제도 애초부터 나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으로 정했던 게 아닌가 싶다. 엽편은 내용 뿐 아니라 읽기 경험도 모두 달라서, 짧은 가운데서도 나름의 완결성을 잘 맺은 게 있는가 하면 마치 일상물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것처럼 뭔가 일어날 것처럼 굴더니 그만 끝나버리는 것도 있다. 분량도 짧다보니 조금은 맛보기라는 느낌도 든다.

각 작가의 대표 단편소설을 담은 세번째가 사실상 이 소설집의 주요 컨텐츠처럼 보인다. 대표작으로 꼽은 것인데다 (엽편보다는 긴) 단편인만큼 묘사도 더 충실하게 잘 되었다. 내용이나 주제도 나름 흥미롭다.

네번째인 이어쓰기는 이 소설집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인데, 솔직히 호불호가 좀 갈린다. 아무래도 다른 작가가 쓰는 것이다보니 분위기도 좀 다르고, 나름 완결성있게 끝냈던 작품의 경우 굳이 들춰내는 것 같은 느낌도 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작가는 해당 단편을 어떻게 읽었는지나, 거기에 무슨 이야기를 더 덧붙이고 싶었는지 같은 것을 알 수 있어 그것들은 또 그것들 나름대로 볼만하기도 하다. 길이가 엽편정도로 짧기 때문에 딱히 대단한 내용이 나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나,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부담없이 이어 읽어볼만도 하다.

이것은 다음에 나오는 작가 폴더로의 연결점을 느끼게도 하는데, 내용과 상관없이 단순히 이어쓰기를 다음 폴더의 작가가 맡았기 때문이다. 구성이 가져온 뜻 밖의 부수효과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