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당신을 위하여’는 현재가 불행하다 생각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같은 이야기다.

표지

이 소설은 일종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다온’이 얻은 ‘빨간책’ 부터가 그렇다.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접하고, 불행한 사람, 말하자면 피해자와 그러한 불행을 야기한 가해자를 살펴보고는 가해자에게 원하는 벌을 내린다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기본이 그렇다보니, 소설은 어느정도는 복수극의 성격도 지닌다. 내게 닥쳤던 불행은 이미 지나가 버렸기에 어쩌지 못하지만, 적어도 건드릴 수 있는 선에서는 분노를 담아 벌을 주겠달까. 그런데, 어째 좀 속 시원하지가 않다.

그건 주인공이 오로지 공정한 정의라는 잣대로 사건을 살피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좀 감정에 휘둘리면서, 정확한 앞뒤 상황을 살피지도 않고, 성급한 주문을 뱉어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붉은책의 선정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아 그렇기도 하다.

다만 이런 설정은, 과거를 다른 시선으로 다시 보게 해주고 그를 통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돌아보게 해줌으로써 주인공을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인연과 이야기가 결국 주인공과 그 주변으로 되돌아온다는 점 때문에 소설은 자연스럽게 복수극이 아니라 자아성찰과 성장, 그리고 그를 통한 오랜 갈등의 해소에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조금은 반 강제적이지만 붉은책은 그를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그렇기에 짧은 기간동안의 급격한 변화가 나름 나쁘지 않게 그려진 편이다.

그러나, 중간에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다소 무리한 뒤틀기를 한 건 안좋았다. 좀 작위적이어 보인달까. 마치 절대적인 것 같았던 힘이 사실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줏대가 없었다고 하는 것도 좀 벙찌게 만드는 것이다. 다소 주인공들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붉은책의 강제력을 무력화 하기 위해 등장시킨듯한 요소 역시 좀 그렇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눈에 밟히는 묘한 경향성도 썩 좋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확실하고 그것을 상쾌하게 단죄하는 흐름이었다면 전혀 두드러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걸 다소 억지스럽게 뒤집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게 눈에 띄기 시작해, 그 후의 사소하다 할만한 것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만든다. 그래서 정작 주요했어야 할 후반부 주인공의 성장과 갈등 해소도 좀 빛이 바랜다.

속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주는 그런 것도 아니고,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서로 아구가 맞게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결론적으로 좀 아쉽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