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룡’의 ‘벗’은 북한에서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을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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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민재판소에 한 여인이 이혼을 목적으로 찾아와 상담하면서 시작된다. 이제 결혼한지 10년차가 되가는 이 여인은 ‘생활리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과의 이혼을 희망한다. 사연과 감정은 구구절절하나, 판사인 정진우는 객관성과 공정성에 기초해 논거를 세우기 위해 이들 가족의 사정과 이혼의 이유를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북한 작가인 백남룡이 쓴 이 소설은 겨레말로 작성되어있다. 그래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들도 꽤 나오는데, 이것들이 처음 나올 때 괄호를 치고 풀이를 덧붙이는 식으로 표기하고, 나중에 참고하기 쉽도록 뒷편에 단어 표기와 뜻풀이를 첨부하기도 해서 익숙하지 않은 겨레말 소설인데도 큰 무리없이 읽어나갈 수 있게 했다.

소설의 분위기는 상당히 독특하다. 남한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게 사회주의 사상이 담겨있는 거다. 특히 이들 부부의 이혼 수속에 대한 판단 근거를 얘기할 때 판사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이러한 면모를 보인다. 기본적인 요건만 맞다면 결과나 의의보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더 중시하는 남한과는 다른 거다. 그렇다고 이상하거나 틀렸다고까지 할 것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평상시 접하지 못했던 것이라 그런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판사인 정진우가 이혼 판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상을 조사하고 또 생활에 개입하며 조언도 서슴지 않는 것 역시 의외였다. 남한의 판사란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속 정진우의 모습은 그래서 판사라기 보다는 다른 부류같은 느낌이 강했다.

자신의 손해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사회와 타인을 생각하고 애쓰는 이 같은 사람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상주의자? 오지라퍼? 멘토? 작가는 이를 ‘벗’이라고 이름했다. 책 제목이 그의 은근한 답 제시인 셈이다. 이게 제법 어울리고 마뜩하다.

소설이 북한의 실상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등장 인물들의 심성이나 행동들이 그렇게 현실적이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작가의 어떤 이상 같은걸 담고 있는데, 북한이라는 공동체를 나름 긍정하면서도 그 안에 변화의 모습도 담은 것이 재미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