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럼 그로스(Bertrum Gross)’의 ‘친절한 파시즘(Friendly Fascism: The New Face of Power in America)’는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사실들을 들춰내는 책이다.

표지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책이면서도 파시즘, 그것도 ‘친절한’ 파시즘을 얘기한다는 것에서 보자마자 꽤 관심을 끌었다. 복지, 트럼프, 강경책 등 현대의 정세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어 보여 더 그랬다. ‘민주주의적 폭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라니, 부제도 참 적절하지 않은가. 민주주의의 한계랄까, 단점들이 드러난 현대이기에 이 책은 더 가치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이 무려 40여년 전인 1980년에 나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놀라운 것은 저자가 그만큼 잘 민주주의 사회를 분석하고 실제로 닥칠 수 있는 미래를 예견했다는 거다. 이 책은 미국 사회를 분석하고 있는데, 트럼프 시대가 되면서 저자의 이야기가 어느정도 실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구안을 가졌다는 것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의 분석 내용이 꽤나 상세하고 그럴듯하기에 더 그렇다. 민주주의라는 그럴듯한 이상에 가려져있는 이면의 이야기들도 꽤 잘 파헤쳤다.

다른 놀라운 것은 40여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책에서 말하는 얘기가 지금도 별 다른게 없다는 거다. 심지어 몇몇은 마치 근래에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민주주의가 그만큼 별 진전이 없었다는 것일까.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한다. 그런 것들은 모여서 디스토피아 소설이 되기도 하고, 그것들을 화재에 올리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기도 하고 하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사회정치에는 별로 무관심 했던 건 아닐지 모르겠다.

아니면 어쩌면, 애초에 민주주의란 것도 공산주의처럼 생각은 좋으나 실현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걸 실현해야할 인간에게는 어떻게든 자기에게 좋은 식으로 악용하려는 고얀 심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나타나는 파시즘적인 경향은 어쩌면 경고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저자가 몸담고 있는 미국 사회를 보고 분석한 것이나, 꽤 여러가지 것들이 한국사회의 면면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민주주의 사회로서는 후발주자이며, 그래서 미국을 쫒기도 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더 저자의 얘기가 절절하게 다가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는 참 멋진 말이다. 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어디까지나 50%보다 1명만 많은 사람이 원하면 나머지는 무시해도 된다는 배제식 다수결이며, 그 결정사항의 선정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이미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있는 기득권자들이라 소수의 이익만을 위한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겉포장 만은 참 그럴듯하게 잘 한다. 그 기득권에 선전과 홍보를 담당하는 언론도 한 축으로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민주주의의 병폐는 바뀌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시민들에 이에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파시즘은 의외로 멀리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