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벨 A. 오르테가(Claribel A. Ortega)’가 쓰고 ‘로즈 부삼라(Rose Bousamra)’가 그린 ‘곱슬곱슬 이대로가 좋아(Frizzy)’는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표지

어떻게 보면 겉으로 보이는 인종차라는 걸 문화 사회적으로 많이 느끼거나 그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 문제를 겪을 일이 많지않은 한국인들에게 이 책이 얘기하는 바는 그리 깊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책에서 주요하게 부각하는 갈등 요소인 곱슬머리가 흑인에서 유래했다는 인종적 정체성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인공인 ‘마를린’은 혼혈 2세라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꽤 오래 전에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린 흑인의 후손이지만 단지 다른 친구들이나 친척들에 비해 비교적 흑인의 특징적인 형질이 진하게 발현된 것 뿐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놀림의 대상이 되고 다른 모습으로 꾸며야 하는 싫음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건 대체 누구를 위해, 왜 해야만하는 걸까.

요즘의 소위 PC짓들을 생각하면 이런 주제는 좀 불편할 수 있다. 자칫 시류를 탄 선동스런 것의 하나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야기 구성이 괜찮다. 마를린의 자존감과 본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핵심으로 삼으면서 그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 사람들이라든가 그 근원이라 추정할 수 있는 흑인 문제까지를 조금씩 넓혀가며 잘 다뤘고, 그 서사도 앞뒤가 잘 드러맞아서 유사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기 때문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나 갈등이 너무 쉽게 해소되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도 잘 보여줘서 주제 전달과 이야기의 완성도가 괜찮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