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는 다양한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을 관찰했던 경험과 그들의 모습, 생태에 대해서 기록한 관찰일기 형식의 책이다.

표지

이 책을 보면 크게 두번 놀라게 된다.

하나는 이런 생태 환경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도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려서 ‘자연’이라는 것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느끼고,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움도 느낀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많은 종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이렇게 많은 종류의 개구리, 도롱뇽, 뱀들이 한국에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몇종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해도 놀랍지 않았을텐데, 오히려 수많은 종을 여전히 볼 수 있다는것이 더 놀랍다.

그걸 좇는 저자도 대단하다. 어려서 관심이 있었던 생물에 대한 흥미를 계속해서 유지해 대학, 대학원을 거쳐 생물 교사가 되었으며 그러고 나서도 열정이 식지않아 쉬는 날이면 직접 생태를 보기위해 찾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이런 열정 가득한 사람이 있다니 한번 더 놀란다. 이건 사실 반은 내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품었던 어렸을때의 열정이란 어디있던가. 이미 꺼져버린 초에 불과한지 오래다. 그래서 더욱 그걸 꺼뜨리지 않고 유지해온 저자가 존경스러운거다.

그렇다고 어렸을때의 흥미를 유지해 단순한 흥미로만 이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생태를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하고 측정해서 그로부터 결과를 도출해 보기도 한다. 얼핏 보면 그냥 ‘애호가’인 것 같지만, 여느 교수 못지 않은 활동도 한다는거다. 학생들의 참여도 이끌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것도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찾아다녔던 것들 중 총 29종의 개구리, 도롱뇽, 뱀을 책에 실었는데 이들을 보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나 각 종의 특징, 생태에 대해 보는것이 꽤 재미있다. 이는 책의 형식이 도감이 아니라 관찰일기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했던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 그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책에 가장 많이 실린 종은 개구리인데, 너무 많다보니 뒤에 가서는 이게 다른건지 아닌건지 헷갈릴 정도다. 그만큼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 수록한것도 아닌데도 많게 느껴지는 이 종들이 어째서 ‘개구리’란 큰 분류로 묶였는지 알것 같다.

개구리에 반 넘게 할애했기 때문에 도롱뇽이나 뱀은 조금 사족같은 느낌도 든다. ‘개구리를 좋아한다면, 얘네도 좋아할거야’라면서 내놓는 느낌이랄까. 특히 ‘뱀’ 부분이 그렇다. 여기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길다란 뱀 뿐 아니라 도마뱀이나 심지어 남생이까지 다루기 때문이다. ‘도마뱀아목’이야 ‘뱀목’에 속하니 그럴 수 있다 쳐도, ‘거북목’인 남생이가 나온것은 꽤나 뜬금 없었다. 그럴거면 차라리 파충류 파트라고 하지 그랬나 싶기도 하다.

도롱뇽은 뱀보다는 훨씬 일관성이 있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훨씬 개구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엔 전혀 달라 보이기에 그럴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조금은 놀랄 정도다. 이래서 이것들이 크게 ‘양서류’로 분류되는구나 싶다. 그러면서 비슷해 보이는 생활 환경과 알로부터 전혀 다른 개구리와 도롱뇽이 태어난다는것이 신비롭기도 하다. 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걸지 궁금하다.

책에 실린 여러 종의 특성이나 생태 등은 ‘도감’만큼 자세하지는 않다. 주로 다루는것은 겉 모습의 특징과 생식 등 가장 특징적인 것들이다. 도감에는 적어도 한두가지는 더 많은 정보가 실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도감보다 못하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비록 도감보단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흥미를 이끌어 낸다는게 큰 장점이다. 보고 있으면 다음이 궁금하고, 서로 같고 다른점을 비교해보게 되고, 또 ‘아, 나도 자연속으로 생태 관찰하러 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한다. 평소 접하지 않았던 것임에도 흥미를 끌고 나도 해보고 싶게 만든다는 얘기다. 정보를 주는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정보 전달은 물론 흥미도 끌기 때문에 이 책은 도감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정보도 얻고, 또한 관심을 갖게 만드는 좋은 생태학 책이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