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 도리-스타인(Beck Dorey-Stein)’의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From the Corner of the Oval)’는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표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소설’이라고 생각했을거다. 왜냐하면, 이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유명하기 때문이다.1 이 소설은 특히 영화화가 잘 되어서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특별한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잘 보여줬다. 그래서 자연히 비슷한 제목의 이 책에도 그와같은 재미를 기대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는 반만 충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100% 리얼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백악관 속기사라는 직업이나 그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은 꽤 들여다 볼 수 있다.

물론, 소설같은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그녀가 백악관 속기사가 된 과정부터가 그렇다. 그저 흔해빠진 구인공고에 지원했던 거였는데 그게 백악관 속기사를 뽑는 거였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게다가 실수를 했는데도 다시 기회를 주는 것까지. 몰래 카메라라 해도 믿을 정도다. 마치 그녀가 특별한 존재같지 않은가. (사실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사랑을 하고, 그러면서 알아가고 깨우치는 것을 담은 것도 꽤 볼만하다. 물론 개인의 생각이나 입장을 담은 것들이 때론 조금 미묘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어느 한 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것은 아니어서 썩 나쁘지는 않으며,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이야기 사이 사이에서 양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말을 보면 처음에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없었다고 하는데, 잘 추가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큰 굴곡없이 담담한 편이며, 영화와 같은 대단한 클라이막스도 없다. 우리네 직장생활이 그러하듯 그녀의 이야기도 무덤덤하게 막을 내린다는 얘기다. 그러니, 소설처럼 잘 짜여진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1. 원제는 전혀 다르다. 아마 주목을 끌기 위해 굳이 이렇게 바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