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 고타로(伊坂 幸太郞)’의 ‘후가는 유가(フーガはユーガ)’는 오락성과 무게감, 현실과 드라마 잘 균형잡힌 이시카 고타로의 원점회귀 같은 작품이다.

표지

평범하지만 특별한 쌍둥이가 그들만의 사소한 능력을 이용해 1년에 단 한번 히어로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어찌보면 단순한 설정을 만들고 그에 따르는 간단한 이야기를 얹은 것 뿐인데도 놀랍도록 볼만하다. 그만큼 설정 자체도 흥미롭고 이야기도 그에 어울리는 것을 잘 붙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동 학대나 가정폭력, 미성년자 범죄 등도 잘 얹었다. 이게 이들이 왜 굳이 히어로로써 나서게 되는가에도 설득력을 더하며, 누구나 공감할만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자연히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여러 이야기를 담고있다보니 의외로 적당히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고, 그게 ‘어떻게?’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것을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아니라 자세한 활약에 궁금증을 남기는 정도라서 딱히 잡티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너무 자세하지 않은 이야기는 흥미를 돋구는 설정과도 잘 어울린다. 이야기를 질질끌지않고 다른 이야기, 다음 이야기로 연결하는 것이 이 소설을 한편의 액션영화처럼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픽션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다분히 소년만화적인 상상력을 담아낸 것인데도 이 소설이 유치하지않고 오히려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현실의 잔혹함과 씁쓸함을 꽤 진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얼핏 안어울릴 것 같은 이 둘은 보다보면 의외로 균형을 잘 잡고있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정 하게 유지시켜준다.

차갑고 어두우면서도 또한 따뜻한 위로와 밝은 미래가 공존하는 이 소설은, 말하자면 이시카 고타로 소설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처음부터 그가 많은 칭찬을 받았던 그러한 소설 형태를 의도하고 이 소설을 완성했단 걸 알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꽤 성공한 셈이다.

그건 단지 소설가로서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소설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 되게하는 결과도 낳았는데, 당초 그의 소설이 그런 미묘한 양면성을 갖고있기에 더 좋았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먹먹함도 함께 남기는 엔딩은 전형적인 해피엔딩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