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밭의 가이아’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천사라는 존재는 이 소설을 일종의 크리쳐물이나 코즈믹 호러처럼 보이게도 하지만, 해당 장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포를 주요하게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사용한 아포칼립스물 정도로 보는게 맞다.

이야기의 전개와 주제 역시 그렇다.

‘천사님’은 겨우 한 개체로서 소위 ‘구인류’를 멸망시킬 정도로 엄청난 격차가 있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전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거나 절망적으로 가라앉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천사님의 치세에 의문을 갖고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며, 그들이 계속해서 그런 정신이나 진전, 목표같은 것을 공유하고 이어나가면서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희망적이라고 느끼게 한다.

이미 어디서 본 배경 설정을 꽤 높은 비율로 가져온 것이 좀 걸리고, 몇몇 설정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둔 것인지 좀 의문스럽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천사님이 이상한 행동을 이어가며 자멸하는 등 다소 주인공 편의적으로 전개된다는 점 등 SF라는 장르나 이야기의 완성도란 점에서는 좀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여러 난관들을 해쳐내며 희망을 이뤄내가는 이야기를 잘 담았고, 유적을 탐험하는 등의 모험 요소와 미스터리 요소를 더해서 중간 중간 조금씩 전환되는 식으로 짬으로써 나름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한건 괜찮다. 여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로는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