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 카터(Ally Carter)’의 ‘어린 스파이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United We Spy)’는 대망의 마지막 대결을 그린 ‘스파이 걸스 시리즈(Gallagher Girls Series)’의 6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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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생각보다 빠른 마지막이다. 마지막인만큼 꽤 엄청난 스케일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말하자면 그건 스파이들에게 있어서는 끝판왕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과연 마지막 대결에 걸맞는다 싶다.

물론, 그만큼 거리감도 있기 때문에 나같은 보통 사람들에겐 세부 이야기가 피부에 잘 와닿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이전의 역사들을 참고해서 생각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식으로 일이 계속 진행된다면, 어쩌면 정말로 실현가능하지 않을까 싶게 만들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그정도로 큰 사건을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긴장감이 없다는 거다. 그건 어쩌면 주인공 무리와 그들의 활약에 비해 사건이 너무 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 심각한 일이 터진다면 겨우 그런식으로 쉬쉬하며 사건을 해결하려 들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다수가 그걸 은근히 바래마지 않는게 아니고서야 말이다.

사실 이것도 스파이의 세계에서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낌새를 소설 내에서는 은근히도 내비치지 않기 때문에 딱히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이들이 마주한 사건의 크기가 실제로는 그 정도로 충분히 대처할만한, 말하는 것보다는 작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작가가 사건을 그리 현실감있게 전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이야기도 뜻밖의 맥거핀이 아쉬웠다. 설마 그런식으로 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뿌린 여러가지 떡밥들은 의외로 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게 과연 어떤 전개로 갈지 흥미롭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분기를 정한 이후에는 나머지들을 충분히 해소해줘야 하건만 그러질 않는다. 딱히 설명도없이 그냥 미해결인채로 버려진단 얘기다.

이게 만약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거였다면 나름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음권에서 벌어질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그런식으로 내버려둔 것은 역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건 또 너무 간단하게 털어버린다. 상당히 무게가 있던 것을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고 땡처리하듯 후닥닥 해치워 버린다거나,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듯 기껏 꾸며놓더니 얼마 가지도 않아 뒤집어버리기도 해서 좀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아쉬운 점들을 나열해보니, 마치 아직 좀 더 길게 이어가려고 했던 것을 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완성도가 썩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흥미롭지 않다거나, 읽는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활약하는 것이라던가, 위기에 빠지고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나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 볼만하다.

하지만 설정과 캐릭터도 꽤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봤던 시리즈였어서, 그 마지막이 이렇다는데 더 아쉬움이 남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