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와 철학자들’은 덕질을 서양 현대 철학으로 분석하고, 덕질로 서양 현대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게 풀이한 책이다.

표지

제목만 보면 상당히 가벼운 책처럼 보인다. 덕질이란 게 워낙에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덕질 90%에 철학 10%를 섞어 흥미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덕질 10%에 철학 90%의 함량을 가진 꽤나 본격적인 철학책이다. 당연히 철학 용어와 개념이 난무하고, 그것은 때론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해해야만 하는 공부를 요구한다.

그런데도 괜히 가볍게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데 드는 예시가 고전적인 비유가 아니라 익숙한 현실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철학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할 뿐더러, 철학이라는 게 얼마나 우리네 일상 생활에서 밀접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인가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쉽게 연결짓기 어려워 보이는 덕질과 철학은 연결한 것이 은근 재미있기도 하다. 할 때는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서 한 게 아니었는데, 그게 실상은 얼마나 진지한 철학적인 행위였는지를 설명하는게 괜히 웃음이 난다. 이게 생각보다 긍정적이어서, 책을 너무 무겁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알맹이도 꽤 충실한 편인고, 서양 현대 철학을 위한 입문서로써 꽤 괜찮은 책인 셈이다.

책은 서양 현대 철학에 대해 알려면서, 그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덕질의 이유를 해소해주기도 한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덕질을 하고 그것에 진지하게 몰두하게 되는지를 알게 한다는 말이다. 막상 덕후들은 ‘아니, 난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철학적으로 파고드는 건 아닌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철학이란 그런 것들도 분석하고 해독해 진리를 파헤치는 학문이니까. 그런 점에서는 철학의 근본적인 역할도 나름 충실히 펼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