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도 가우트(Leopoldo Gout)’의 ‘지니어스 게임(Genius: The Game)’은 컴퓨팅을 소재로 한 스릴러다.

표지

어린 컴퓨터공학도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솔직히 말해서 기대했던 그런 책은 아니었다. 제목이 풍기는 분위기가 한때 TV 예능으로도 유행했던 두뇌게임을 떠올리게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짜여진 판 위에서 게임을 통해 두뇌싸움을 하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서 상상력을 발전시켜 큰 사건으로 만들어나가는 좀 더 SF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좋았던 것은 그걸 정말로 잘 그려냈다는 거다. 각자 서로 다른 강점이 있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들이 그것을 살려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도 좋았고, 1인칭으로 그들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개개인의 생각이나 각자만의 사연을 풀어내는 것도 잘 했으며, 무엇보다 그것이 어느 것 하나 어문길로 새지않고 큰 줄기를 따라가며 몰입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기계공학, 코딩, 스파이라는 뚜렷하게 다른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어느 하나 묻히는 것 없이 서로의 능력을 잘 드러내는 것도 좋다. 이게 세명 모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며,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보게 만든다.

조금씩 의문이 드는 점도 있기는 하다만, 소설의 소재인 공학도 정말 잘 이용했다. 신기한 소재와 이야기, 그리고 풀이를 그럴듯한 그림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단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당장 지금도 실제로 가능한 것 처럼 잘 꾸몄다.

다만, 개중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을 멋처럼 쓴 것이라던가, 독자는 전혀 알아볼 수 없게 그저 장식으로 넣어둔 삽화 등은 조금 아쉬웠다. 좀 더 신경써서 그것들도 실제로 유의미하게 만들었다면 독자들이 이야기를 보는 도중에 그걸 직접 풀어보는 재미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코드나 관련 지식 얘기가 의외로 여러번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때는 조금 학습만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이야기 흐름을 거스르거나 너무 설명식으로 나열해놓지도 않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았고, 상식으로 한번쯤 살펴보기에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야기가 끝까지 흥미로웠다는 거다. 중간중간 떡밥을 뿌리면서 이후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라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끊는 지점도 참 적절했다. 다른 작품을 통해 어느정도는 얘기됐던 주제이기도해서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배후나 그들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은근슬쩍 내비쳐서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