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유령’은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 단편집이다.

표지

수록작들은 소재의 특성상 대부분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적인 장르 성격을 띈다.

‘메타 갑’은 거기에서 유일하게 예외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상상의 재미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에 가깝다. 절로 욕이나오는 여러 대사와 상황들은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나 공감하며 볼만하다. ‘메타’라는 접두어를 이용한 말장난같은 제목은, 그 자체로 작품의 내용과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해서 참 찝찝하게 할만큼 적절하다.

‘시시포스와 포르’는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이 고도화 되었을 때, 그게 인간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이용될 수 있을지를 나름 재미있게 그렸다. 가상과 현실을 거의 구별할 수 없다면, 설사 가상이란 걸 알더라도 그것이 가진 사실감이 정신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수단보다 더 위험한 물건이 되는 게 아닐까. 부패한 정치인, 이익만을 쫓는 기업, 혁명적인 해커 등은 다분히 클리셰적이고 주인공의 능력과 활약에 다소 의문이 느껴지는 점은 좀 아쉽다.

‘엑소더스’는 ‘메타 갑’과는 다른 의미로 현실적인 이야기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한창 유행처럼 사용될 때도 대체 기존 온라인 서비스와 뭐가 다르냐는 의문밖에 가질 수 없었던 사람으로서, 마치 지금도 있는 현상들을 그대로 이어 그린듯한 이 소설에서의 메타버스가 그나마 진짜로 다가올법한 미래같다. 상황과 캐릭터를 꽤나 잘 짜서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고 감정이입도 쉽게 된다.

‘목소리와 캐치볼’은 메타버스보다는 다른 것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 ‘시시포스와 포르’처럼 발전된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루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고있어서 당장의 현실과도 맞닿아있는 면이 있으며 그것이 쉽게 감정을 끌어당긴다. 발달된 기술을 통해 그 이면을 부각시키는 것도 잘 한 편이다.

메타버스 자체는 사실상 마케팅 용어같은 것에 불과한 것1이지만, 여러 기술과 서비스, 개념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것인만큼 다양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개념인 것도 사실이다. 그걸 소재로 한 단편집인만큼 서로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꽤 읽는 맛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여러가지 것들을 한 단어로 쉽게 전달할 수 있게 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