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하라 주야(中原 中也)’의 ‘염소의 노래(山羊の歌)’는 그의 단 두권뿐인 시집 중 한 권이다.

표지

20세 초기 시인인 그의 첫 시집인 ‘염소의 노래’는 무려 1934년에 나온 그야말로 옛날 시집이다. 여기에는 아직 채 무르익지 않은 그만의 젊은 개성이 담겨있으며, 또한 시문학을 배울 때 접했던 것들에서 받은 영향이 꽤 많이 묻어있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당시의 유행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꽤 지난 것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조금 낯설고 어렵기도 하다. 심지어 그게 다다이즘이니 상징주의니 하는 것들이라서 더 그렇다. 그래서 읽어보면 문장 자체는 뭐라고 썼는지 알겠지만, 막상 무슨 내용이고 어떤 뜻을 담은 것인지까지는 선뜻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의외로 많은 지점에서 ‘번역은 제대로 된 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몇몇에는 개인적인 사정도 담겨있는데, 그의 인생을 모르는 사람에겐 이것도 시에 대한 이해를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부분의 시엔 공통적으로 암울함이나 허무한 같은 정서가 담겨있다. 그렇다고 자살을 연상케하는 삶의 비관같은 것까지는 아니고, 지는 해를 보면서 한숨을 토해내는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게 우울한 듯 우울하지 않은 듯 묘한 느낌을 준다.

번역은 ‘완역’인 만큼 원문을 가능한 충실하게 번역하려고 한 듯하다. 하지만, 나카하라 주야 시의 강점이라는 낭송의 맛은 거의 없는 편이다. 애초에 그런 강점은 일본어 원문에서 있었던 것이니 그와는 전혀 다른 발음과 길이를 가진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그게 사라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래도 강점이라는 게 없어진 것에는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원문을 함께 실은 것은 좋았는데, 일본어를 읽을 줄 안다면 (설사 해석까지는 안되더라도) 원문을 같이 낭송하며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