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러셀(Mark Russell)’이 쓰고 ‘섀넌 휠러(Shannon Wheeler)’가 만화를 더한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God is Disappointed in You)’는 정확하면서도 재미있게 성경을 다시 정리한 책이다.

표지

이 책은 단지 성경을 요약하고, 현대어로 문장을 다시 쓴 정도의 얄팍한 노력만 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경을 신중히 정독한 후 그 안에 숨은 내용을 숙고하고 그러한 것들을 일부나마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마치 종교적으로 깊게 성경을 파헤친 것 같아서 딱딱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성경의 인물들을 새롭게(전혀 성스럽지 않게) 해석하기도 한데다, 현대의 것들을 붙여서 시대를 넘나드는게 의외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재미도 준다. 애초에 상당 부분에 일종의 패러디나 유머같은게 들어있기도 하고.

그래서 종교 서적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끝까지 별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재미는 특히 초반부에 집중되어있는데, 아무래도 구약, 그 중에서도 창세와 인류(정확하게는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을 다룬 이야기들은 다분히 신화 즉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이어지는 흐름이 있어서 소설적인 재미도 있다. 거기에 저자의 재해석과 유머감각까지 더해지니, 초반 1/3 정도는 정말 일말의 지루함도 없이 순식간에 읽어낼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이런 이 책의 장점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옅어진다는 거다. 이건 성격 자체가 이야기 중심에서 메시지 중심으로 바뀌는데다 그게 교리와도 깊게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재해석해낼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름 분투한 흔적이 보이긴 한다만, 초반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던 것이 이 후반부는 조금은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는 번역도 한 몫 한다. 재해석한 신화같은 초반부는 현대적인 문장으로 다시 쓴게 확 눈에 띌 정도였는데, 뒤로 가면 고전 성경식 문어체가 짙에 배어나오면서 점점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간만에 나오는 유머도 딱딱한 고어에 막혀 제대로 발휘가 되지 않는다.

저자가 간간히 내뱉는 비유가 문화의 차이로 선뜻 와닿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그래서 진지하다가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내뱉어서 느끼게 되는 환기나 가벼운 웃음은 만들어지지만,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감탄하며 웃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유머까지는 살릴 수 없더라도 왜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주석 등으로) 설명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그것도 부족해서 뭔가 책은 반만 읽은 느낌도 남는다.

이것은 만화도 마찬가지여서, 수록된 만화가 어떤 내용을 비꼬아서 그린 것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많다. 해당 내용이 나오면 곧바로 만화가 나오거나 한 게 아니어서 더 그렇다. 이런 점에서는 기획과 편집에 아쉬움도 느낀다.

만화의 글귀 중 번역이 안된 것이 있는 것이나, 만화위를 지나는 화살표를 사용한 것도 불만스러웠다.

그래도 책 자체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짧게 요약한 만큼 빠진 내용도 많지만 주요한 내용들을 대부분 잘 담았고, 그걸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본 것도 꽤나 감탄을 자아낸다.

단지 성경을 조금 다르게 보는 것 뿐 아니라, 기독교의 역사와 교리의 핵심이 무엇인가도 상당히 잘 보여준다. 그래서 현대에 가장 성공한 종교에 대한 순수한 흥미 때문에 끌리는 사람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보기에도 꽤 괜찮은 책이다.

한국어판은 제목을 쫌 유아스럽게 바꾸었지만 원제는 꽤나 의미심장한 문구였는데, 책을 다 보고나면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꽤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애타게 말리던 그 때의 그 똥 짓거리들을 지금도 여전히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