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의 신들’은 신을 소재로 한 박해로표 공포 소설이다.

표지

박해로의 공포 소설은 크게 두가지 특징을 보인다. 하나는 무속적이고, 다른 하나는 러브크래프트적이라는 거다. 그래서 다분히 한국식 러브크래프 소설처럼 보이며, 이는 그의 소설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꽤나 큰 신선함을 안겨준다.

이 신선함은, 당연하지만, 그의 소설들을 접할수록 옅어진다. 그래서 소위 ‘박해로표 공포 소설’을 좀 접해봤다면 펼치자마자 꽤나 익숙한 느낌을 받으며, 어떤 전개로 무슨 결말을 향해갈지도 쉽게 짐작할 만하다. 러브크래프트적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이건 얼핏 보면 꽤 큰 단점 같다. 그러나 결말까지 가는 과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그 세부 역시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딱히 해피엔딩지상주의자만 아니라면 별 단점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 소설은 사촌의 행방이라든가 일선제력과 월선제력의 정체같은 몇가지 미스터리 요소와 변주를 사용하여 흥미를 돋우고 뻔하지 않게 만들었다. 러브크래프트적인 전개가 어떻게 펼쳐지는가를 보는 것도 한 재미다.

소재인 ‘신’을 어떻게 그려내는가도 꽤 볼만한데, 얼핏 그럴듯 한 것 같으면서도 모순적이고, 끼워맞추기 식 같은 면도 있어서 끝까지 사상과 정체가 좀 모호하다. 이게 저자의 신관이라고 생각하면 썩 긍정적이진 않은 셈인데, 그것도 또한 묘하게 러브크래프트적이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