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는 추리마을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고한읍을 배경으로 한 10개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표지

추리마을로서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니만큼 이 책에 실린 소설들 역시 모두 추리문학의 형태를 하고 있다. 어떤 것은 과거의 일을 파해치는 전개를 보이는가 하면, 예기치 않게 벌어진 사건을 분석하기도 하고, 또 어떤건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미제 사건의 해답을 찾기도 한다. 그러면서 고한읍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어떤 변화가 있는가 등을 은근슬쩍 광고한다. 나름 지역 광고를 겸한다는 컨셉이 살아있는 셈이다.

소설집으로서는 여러 작가들이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는 것이 꽤 매력적이다. 그러면서도 각 이야기는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과 문장을 하고 있어서 이것들을 넘겨가며 구경하는 것도 나름의 맛이다.

다만,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설계도 같은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소설간에 어떤 연결점 같은 걸 느낄 수는 없다. 기껏해봐야 특정 장소나 지역의 행사 이름 정도가 양쪽에서 언급되는 정도랄까.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기왕 컨셉 소설집이니 그 점을 살려 서로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좀 아쉽다.

개별 소설도 ‘추리문학’을 표방하는 것 치고는, 사실을 파헤쳐 나가는 것이나 그러한 과정을 그린게 썩 매력적이지도 않다. 추리 자체도 좀 약해서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추리같은 게 가미된 소설같은 느낌이다.

고한읍 광고가 목적인 것 치고는 새로운 고한읍의 매력이 크게 드러나진 않는 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몇몇 소설에서는 가능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나, 그렇더라도 소설을 읽고나서 고한읍에 가봐야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추리 소설로서도 고한읍 홍보물로서도 모두 부족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추리마을로 만들려는 고한읍이란 곳이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알게 됐다는 거다. 반타작은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