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8’은 일본 막부 말기에서 무진전쟁까지를 담은 만화다.

표지

이 만화에는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는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한다.

가벼운 쪽은 만화가 담당하는데, 소위 ‘드립’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웃음 지으면서 볼 수 있다.

굽시니스트가 워낙에 서브컬쳐 패러디로 정평이 나있는 작가라서 그런 걸 모르는 사람이라면 재미가 없을까봐 걱정(?)스러울 수도 있겠다만, 이 책은 그런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없어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의문부호가 뜨게 만드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신 발음을 이용한 소소한 말장난이 들어가 있는 정도다. 그래서 가볍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코미디 요소는 많이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무거운 쪽은 내레이션이 담당하며, 책에서 이 부분만 떼어내면 ‘딱딱하다’고 할 정도로 역사를 진중하게 다룬다. 이게 이 책 시리즈가 진짜 말 그대로 ‘본격’적인 세계사 책이라는 것을 심감하게 한다.

좋은 것은 이 두가지가 서로 잘 섞여있다는 거다.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어색해기만 하기 쉬운데, 간혹 나오는 드립들마저 실제로 충분히 그럴듯 할만큼 자연스러워서 양쪽을 오가는데 이질감이 없다. 이런 통일감이 책을 잘 읽히게 하며, 연대표를 나열한 것 같은 내용들마저도 나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본문도 좋았지만, 책 말미에 정리를 넣은 것도 좋아서 핵심 내용이 머릿속에 더 잘 남았다.

편집은 조금 아쉬웠는데, 웹툰을 큰 편집없이 담아낸 수준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장 한장의 밀도는 낮은데 반해 개별 컷의 크기는 작아서 웹툰으로 보는 것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