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백천수 씨’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탈과 그를 통한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제목이 왜 하필 ‘착한 아이’인지 모르겠다. 소설 속 백천수씨는 소위 ‘착하다’고 하면 의례 떠올리는 그런 인물상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벗어나 있느냐 하면, 그것도 또한 아니다. 그가 못내 뱉어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기도 하는 것을 어떻게 보면 ‘착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성은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일이 꼬이고 안좋게 흘러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어째 착하다는 걸 반쯤은 비꼬듯 욕처럼 사용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각자가 나름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우연히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저자는 꽤나 흥미롭게 잘 그렸다.

단지 현재의 이야기 뿐 아니라 과거 어느 시점에서 벌어졌던 일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것도 좋았는데 이게 두 이야기가 모두 어떻게 진행되고 연결될지, 그래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더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첫 인상과는 달리 소설 속에 담아낸 주제들이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데, 단지 생각해볼만한 거리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과도 닿은 면이 있어 더 그렇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기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게 그렸다.

책에는 주 주제 외에도 인종이나 문화, 정체성, 테러같은 것들도 많이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갈등을 부추기거나 이야기를 급진전 시키는데에만 소모적으로 쓰이는 느낌이 드는 건 아쉽다.

따져보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자면 앞뒤를 맞춰볼 수 있겠으나, 완성도에 부족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