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빌런’은 90년대 영화를 테마로 한 뉴트로 소설클럽의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책에 수록된 다섯편의 단편들에는 모두 영감을 준 영화가 있다. 옛스런 냄새가 풀풀 풍기는 표지, 대놓고 ‘뉴트로’라 붙인 클럽명처럼 영화들도 모두 90년에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로 이뤄져있다.

수록 소설은 그 영화들과 작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가 하면, 뒤집은 것도 있고, 무엇이 영화와 공유하고 있는 점인지가 선뜻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처음부터 영화를 의식하고 쓴 것 같은가 하면, 개중에 어떤 것은 이야기가 먼저 있고 나중에 떠오른 영화를 갖다 붙인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이 소설집은 딱히 영화와 크게 상관은 없다.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나 대사 같은 것이 나오기도 하나 영화를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소설을 읽는데는 전혀 부족하거나 하지 않다. 수록 소설들은 모두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기도 하였으나, 애초에 90년대 영화를 주제로 한 컨셉의 소설집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게 그리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역시 좀 아쉽기도 했다.

수록작들이 나름 통일성있게 빌런과의 안녕을 그린 것은 꽤 나쁘지 않았다. 책에서는 빌런이란 용어를 단지 악역을 맡은 인물만이 아니라 상황같은 것까지를 폭넓게 지칭하는데 사용했는데, 그것을 딛고 일어서거나 한방을 날리는 것은 작은 위안과 모종의 시원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일부는 그와 더불어 시원섭섭한 감정을 남기기도 해서, 제목을 굳이 마이빌런이라고 한 게 새삼 참 적절해 보인다.

설사 모두에겐 아닐지언정 나에게는 빌런인, 오래 함께했던 나의 빌런, 이젠 안녕.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