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마사미(長谷川 政美)’가 감수한 ‘만화로 쉽게 배우는 인류 진화사 사피엔스(ご先祖さまは弱かった!激ヨワ人類史)’는 인류의 진화를 가볍게 볼 수 있게 담은 만화다.

표지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꽤나 여러 노력을 기울인 책이다. 그래서 그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한 특징 중 하나는, 당연히 만화라는 거다. 그것도 제대로 된 만화다. 단지 만화라는 형식만 사용했을 뿐 설명 위주의 텍스트를 가득 실어 만화로 만든 게 무색한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꽤나 일반적인 만화처럼 읽어나갈 수 있다.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 무엇을 선별해서 이야기할거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꽤 신경썼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단세포에서부터 현생 인류까지의 진화 과정을 약점과 극복이라는 것으로 풀어냈다는 거다. 이게 전체를 간추린 요약본같은 역할을 해서 핵심을 정확하게 알게할 뿐더러, 문답식 퀴즈같아 맞춰보려 생각해보게도 해서 흥미를 끈다. 문제 상황들을 하나씩 격파하면서 진화해나가는 연속된 서바이벌 스토리처럼 여기게도 한다.

덕분에 분량을 엄청나게 줄이면서, 흥미도 유지하고, 핵심 내용도 잘 전달한다.

문제는 이런 구성이 단세포에서 현생 인류까지 단계별로 진화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거다. 마치 생물의 종에 레벨같은 게 있어서 높이 올라가는 것처럼 표현된 이런 방식은 우생학같은 잘못된 개념으로 변질되기 쉬우며, 단방향이 아니라 나뉠 뿐더러 합쳐지기도 하면서 강물처럼 복잡하게 얽힌 가지를 만들어간다는 현재의 주류 진화론과도 맞지 않다.

마치 특정 생명체가 문제에 대해 대응을 해서 살아남은 것처럼 그린 것도, 적자생존으로 대변되는 진화의 기본 개념을 오해할 수 있게 한다.

단순화해서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건 좀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