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비밀 일기’는 직장과 육아에 힘들어하던 엄마가 할머니를 모셔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책이다.

표지

첫 시작은 너무나 좋았다. 직장에 다니랴, 두 아이를 키우랴 힘들기만 하던 가족이 할머니를 맞이했을 때 할머니는 구세주였고 만능 재주꾼이었으며 우렁각시였다. 가족들도 할머니에게 고마워하고 그걸 표현하길 기꺼워한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져서일까. 고마움의 말은 줄어가고, 반대로 요구와 불만은 늘어만 간다. 왜 그렇게 됐을까.

할머니가 살던 때와 여러가지 달라진 것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의 시선, 얘기에 휘둘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바램을 포기하고 딸 식구를 위해 기꺼이 와준 할머니의 소중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책은 어떻게 그렇게 변해가는지를 아주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 그래서 마음 한켠이 쓰리다. 문득 내 할머니, 내 어머니 생각이 나서다. 나 역시 바라기만 하고 불만만을 토로하던 못된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언제나 자랑스런 자식, 사랑스런 자식으로 보아주던 그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 아리다.

책은 이야기도 잘 펼쳤지만, 삽화로 수채화를 사용한것도 좋았는데, 그림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그림을 연상케도 해서 의미도 있어 보였다. 할머니가 포기한게 어떤 거였는지를 조금은 짐작케 해준다.

그런 할머니와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잃어버린 소중함을 되찾는거다. 정답은 늘 가까이 있다. 다만, 그것을 깨닫기가 어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