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우주인을 꿈꾸던 샐러리맨이 우연히 발견한 우주인 선발 공고에 지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우주는 많은 인간들의 꿈이다. 그건 배, 비행기 등을 통해 지구를 자유롭게 오가게 된 인간이 거의 가보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일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우주는 일종의 해방감을 주는 것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직장, 사회, 국가, 지구, 그리고 모든것을 끌어당겨 답답하게 얽어매는 중력으로부터 말이다. 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또 행해보는 것은 그런 일상에서의 벗어남을 주는 일종의 일탈을 제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꿈꾸는 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기만 할까. 지구를 벗어난다지만 우주인도 결국엔 인간이며, 우주인 학교와 우주센터도 모두 알고보면 바깥과 별로 다를 것 없는 관계와 경쟁, 정치에 둘러 쌓여있다. 그것들이 꿈꾸던 그곳에서도 그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만은 없게 만든다.

소설은 생각보다 그런 점들을 꽤 주요하게 다루었다. 소년만화처럼 꿈만을 그리지 않은 이야기는 그래서 조금은 답답하고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인이라서 마주하게 되고 겪어야 하는 일들을 담았기에 더욱 그렇다.1 이게 우주인을 꿈이 아닌 현실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다.

이야기 중간에 긴장감을 더하려고 했던 것인지 인물들간에 오가는 감정이나 오해 같은 것을 부각시키기도 했는데, 이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전체 이야기와 주제에 크게 중요한건 아니라서 그런지 묘한 오해가 생기게 하면서 몰아가다 해소하는 식으로 꼼꼼하게 처리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걸 굳이 몇번 반복해서 보여서 더 그렇다. 그저 그 정도에서 그칠 것이면 차라리 조금 심심해 보이더라도 잔잔한 드라마를 죽 유지하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만화 ‘우주 형제’를 많이 떠올렸었다. 오랫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우주인이 된다는 꿈을 품고 모집에 지원한다는 것이나, 우주인이 되기 위해 겪는 일들을 다뤘다는 점 등 초반 전개가 많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면서 자연히 비교해보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미래를 배경으로 비교적 유쾌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은 ‘우주 형제’에 비해 이 소설은 현재(또는 과거)를 배경으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그게 우주인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고, 몇몇 이야기나 전개에선 아쉬움도 남기지만 나름의 매력도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1. 이 부분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고산, 이소연의 이야기도 꽤 참고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