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K. 제미신(N. K. Jemisin)’의 ‘우리는 도시가 된다(The City We Became)’는 ‘위대한 도시들(Great Cities)’이라는 어반 판타지 2부작의 1편이다.

표지

작가는 이제까지 꽤나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작품을 써왔다. 넓게 보자면 혐오라는 것을 주제로 사회에 뿌리내린 것들을 꼬집 작품들은, 그래서 꽤나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강했는데, 그에 비하면 다소 슈퍼히어로물의 느낌을 풍기는 이번 작품은 확실히 좀 더 가벼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가볍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으로, 작품 자체가 그렇게까지 가볍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 역시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있는 혐오 문제를 굉장히 사실적이고 쉽게 다가오도록 담아냈기 때문이다. 내용만 보면 꽤나 무거운 건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런만큼 여러가지 진지한 물음과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나름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노골적인 비판으로 적어낸 것이 아니라 마치 외세적인 존재에 의한 것처럼 우회적으로 비꼰데다가 그 비유나 묘사가 해학적인 면이 있어 유쾌한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판타지적인 요소와도 잘 어우러져 있어서다. 이걸 이런식으로? 싶은 부분들이 꽤 많아 저자의 상상력에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도시를 인격화한듯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것부터가 좀 그렇지만, 차원에 대한 이야기도 딱히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오컬트나 신화적인 측면이 강해서 이걸 왜 SF로 분류하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든다. 꼭 하드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SF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을 사람에게는 좀 마뜩잖을 수 있다. 그냥 솔직히 판타지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남녀를 불명확하게 뭉개놓은 번역도 상당히 거슬린다. 원작자가 일부러 모든 인칭 대명사를 He와 She를 구분하지 않고 쓰면서 의도적으로 헷갈리게 한 것이라면 왜 굳이 그런 불필요한 짓을 했는지 의문이고, 그저 한국어판에서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라면 그건 분명하게 나쁜 번역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