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싱(刘星)’의 ‘세계 괴물 백과(惊奇与怪异: 域外世界怪物志)’는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표지

사전적으로 ‘괴상하게 생긴 것’을 의미하는 ‘괴물(怪物)’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자연에서 벗어나 보이는 생김새와 생태가 끊임없이 의문과 호기심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로지 그러한 목적만으로 괴물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있었던 괴물들은 모두 그래야만 했던 사정이란 게 있다. 바로 역사와 문화다.

인간은 예전부터 현상을 맞딱뜨리면 굳이 마주하고 또 해명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다.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발전 수준 등의 이유로 당시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것들도 있었는데, 그럴때 인간은 신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말하자면 ‘이것은 신(인간을 넘어선 자)의 영역’이라며 도망친 셈이다. 하지만 그 덕에 신화가 발전하게 됐다.

인간의 정복과 해설 욕구로부터 만들어진 신화(종교)는 인간 사회가 변화하고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면서 바뀌어 간다.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뀌는 것이 신들의 세대교체와 남신들의 대두로 나타나고, 다른 민족을 침략하고 정복했던 것이 고대신들이 신격을 잃고 일개 몬스터나 악마로 전락하는 것으로 바영되는 식이다.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대표적인 신화와 전설 속 괴물들을 소개하면서 함께 다룬다. 특히 신화들끼리 영향 받은 것을 많이 언급하는데, 영락없이 어디 신화 속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어느 신화로부터 왔는지 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당시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관념을 갖고 있어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거나, 타 민족을 융합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은 아쉽게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전파가 된 것이라고 하는 것도 어떻게 그게 거기서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지나 왜 그런 변조가 이뤄진 것인지 자세히 싣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작가가 괴물들 사이의 유사성만으로 미루어 짐작한 것인지 아니면 역사나 유물 전파 등의 학술적인 연구의 결론을 적은 것인지 좀 헷갈린다.

괴물들의 모습은 대부분 유물이나 과거 작품(또는 삽화)를 통해 보여주는데,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꽤 괜찮다. 그러나 개중엔 형태가 잘 안보이는 것도 있고, 사진을 한점씩만 실어 다양한 모습을 볼 수도 없다. 괴물이 시대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언급했으니 기왕 그것들을 비교해서 실었으면 어땠을까.

여러 괴물들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나 개별 신화를 넘나드는 시각은 나쁘지 않으나, 개별 괴물에 대한 내용(분량)이나 시각적인 만족감은 좀 아쉽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