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는 매력적인 판타지로 뱉어내는 신랄한 풍자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동화로 많이 알려진 이 소설은 정체를 알면 깜짝 놀라게 될 소설이기도 하다. 애초에 저자의 의도도 그렇고, 내용 역시 전혀 유쾌하고 매력적인 모험을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진득한 혐오를 전혀 거르지않고 그대로 담아낸 것에 가깝다.

그나마 초반은 모험기로 잘 위장했다. 얼핏보면 이상한 인간들의 세계를 여행하는 주인공의 유쾌한 이야기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생각없이 보면 흥미로운 판타지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노골적으로 얘기하기도 하며, 휴이넘편에 이르러서는 거의 대놓고 까는 것에 가까워진다. 풍자를 넘어 인간 혐오를 담았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들이 마치 배설하듯 뱉어낸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고민해볼만한 것들을 꼬집은 것에 가깝다. 그래서 당시 시대상 등과 함께 보면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다.

책에서 지적하는 것들 중에는 현대에도 적용될만한 것들이 있는데, 단지 시대상 뿐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비판도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무려 1726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무려 300여년이 지났는데도 별 개선이 없다는 말같기도 해서 괜히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저자가 그린 여러 신기한 모습들은 따지고보면 모두 인간과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판타지 모험 이야기를 쓰면서 풍자를 섞은 것이 아니라, 단지 약간의 돌려까기를 섞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결과물이 판타지가 된 것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판타지로서의 재미와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