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은 어느날 뜻밖의 죽음과 기회를 갖게된 두 사람이 식당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삶에는 늘 후회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 누구도 언제 죽을지는 알 수 없으며, 그렇기에 미처 다 하지 못한 것을 남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젊은 나이에 사고 등으로 갑작스레 떠나게 됐다면 오죽하랴.

소설은 그런 두 사람이 마지막 강을 건너기 전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서호’를 만나 이승에서의 마지막 49일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시작한다.

처음 두 사람의 온도차는 꽤 극명하게 갈린다. 아저씨는 어떻게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이는 딱히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생전 좋은 기억이 없으니 딱히 죽은 것이 안타깝지도 않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다나.

그래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아저씨와 아이가 식당을 꾸려나가면서 아저씨가 만나려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벌이는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생전에 알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고, 점차 사라져가는 시간 속에서 둘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정하게 된다.

죽음과 후회, 그리고 그 뒷 정리를 다루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유사한 흐름과 결말을 갖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괜찮은 것은 언제 봐도 공감할만한 주제를 다루는데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역시 볼만하기 때문이다. 사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식당을 한다는 것 부터가 재미있다.

이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다음으로 이어지게 하는 장치이기도 했는데, 식당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 사람이 오가는 곳이기도 한데다 식당일을 하는 게 이들의 목적과도 부합해서 자연스럽기도 했다.

둘의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감춰두고 조금씩 풀어내는 것도 괜찮아서 끝까지 흥미를 갖고 보게 만든다. 시선과 오해에 대해 다루고 그걸 풀어내는 것도 잘했다.

아이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아저씨의 이야기는 조금 급발진하는 면도 있어(즉, 변하는 과정을 충분히 담아내지 않아서) 좀 어색하기도 하나 이야기 자체가 조금은 동화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

끝에 보여주는 일종의 반전같은 것도 좋았던 것은 그게 주제를 더 부각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그 무게가 커서 더 그렇다. 누구든 갖고 싶을만한 기회가 두번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하는 것 역시 그렇다.

곱씹어 볼수록 짜임새 있는 소설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