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이도 준(池井戶 潤)’의 ‘한자와 나오키 1: 당한 만큼 갚아준다(半沢直樹 1: オレたちバブル入行組)’은 은행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미스터리 활극이다.

표지

은행원 같기도 하고 탐정 같기도 한 독특한 인물 ‘한자와 나오키’를 주인공으로 은행에서 벌어지는 비리나 정치 싸움등을 그린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름을 내세운 일본 드라마로 더 유명하다. 짧은 드라마 방영을 위해 각색도 적절히 잘 했고, 무엇보다 그걸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하면 되갚아준다!’는 주인공의 대사까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더욱 원작 소설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었는데, 판권 문제로 그동안 출판이 어려워보여 아쉬웠었다. 그러던게 얼마 전 해결되었는지 이렇게 만나볼 수 있게 된거다.1

국내에는 드라마가 먼저 알려졌고 또 그 이름으로 유명해져서 그런지, 서로 다른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시리즈가 모두 드라마처럼 ‘한자와 나오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

1권인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드라마 1부인 1~5화에 내용이 담겨있는데, 빠른 전개로 보여줬던 드라마와 달리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한게 소설만의 장점이다. 은행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라던가, 거품 경제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출 문제, 거기서 나타난 비리 같은 것들도 모두 잘 그렸다. 저자는 실제로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작품에서도 잘 살아난게 아닌가 싶다.

문장력이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도 좋다. 다만, 보다보면 유치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일복식의 과장된 묘사가 ‘그렇게까지?’ 싶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드라마를 볼 때도 느꼈던 것인데,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인 줄 알았더니 소설에서도 온도차는 있었으나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건 저자가 이야기를 마치 탐정 소설처럼 써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험을 살렸다고는 하나, 그저 은행과 은행원 이야기를 써낸 것이었다면 자칫 지루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 뒤에 숨은 음모나 배신 같은 것들을 넣고 그것들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야기가 일종의 복수극이면서, 또한 정의 구현물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당한 만큼 갚아준다고 외치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다보면 끝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몇몇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드라마와는 미묘하게 다른 점들도 꽤 있으니 드라마의 팬이었다면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1. 소설 출판이 2004년(단행본)과 2007년(문고본), 드라마 방영이 2013년이었으므로 한국어판 출판에 적어도 6년, 많게는 무려 15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