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노 요루(住野 よる)’의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腹を割ったら血が出るだけさ)’는 독특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제목이 참 독특하다. 하긴, 무려 고등학생 때 썼다는 데뷔작부터가 좀 그랬다. 자칫, 그게 일종의 루틴처럼 새겨져 일부러 그런 제목을 짓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단지 제목만 다분히 어그로스러운 게 아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계속해서 뭔가를 건드리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 이건, 단지 캐릭터의 개성이라는 것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다.

그래도 어떻게든 함축을 해본다면, 소설 속 캐릭터들은 모두 어딘가 뒤틀려있다. 누구는 속이 그렇고, 누구는 겉이 그러하며, 또 어떤 사람은 그 중간에서 이도 저도 아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처치곤란인 상태로 뒤틀려있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들은 책을 펼치자마자 절로 ‘아! 그 작가의 소설이구나!’하고 느끼게 한다. 작가색이 꽤 뚜렷한 셈이다.

이건 자칫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쉽다. 말이 좋아서 개성적인거지, 도무지 캐릭터와 서사에 이입하거나 공감할 수 없어 난해하기는 커녕 자칫 황당함까지 느끼게 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본 특유의 감성까지 더해지면, 때론 극단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욱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일반에서 벗어났기에 더욱 독특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면서도, 공감 한계는 넘지 않도록 미묘하게 선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소위 대중적 것과는 좀 다른, 소수라고 무시할 수도 있는, 전혀 잘못된 것이라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어 자기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래서 반발을 살 수도 있으며 뭔가 엇나간 것 같지만, 쉽게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 저 안에 담고 있었던 속마음 같은 것을 마치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듯이 꺼내는 이야기가 묘하게 공감이 되며 몰입하게 한다.

제목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다른 의미를 지닌 관용어를 사용한 말장난이 섞인 문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꽤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잘 지은 제목이란 걸 알 수 있는데, 한국어판은 그걸 그냥 단순 직역을 해버려서 단지 어그로성 제목인 것처럼만 느껴지는 게 아쉽다. 어떻게든 의역을 해야했지 않았을까.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